[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지난 24일(현지시간) 스위스 바젤에서 폐막한 세계 최대 시계ㆍ보석 박람회인 '바젤 월드 2016'은 1917년 첫 행사를 시작해 올해 100주년을 맞았다. 올해 행사에는 세계 1500여개 브랜드가 화려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8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지만 관람객은 지난해보다 3% 줄어든 14만5000여명에 그쳤다.
명품 시계 판매 감소속에 바젤 월드 관람객까지 줄어드는 상황은 콧대 높던 명품 시계 브랜드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루이뷔통모에헤네시그룹(LVMH) 시계 브랜드 제니스의 알도 마가다 최고경영자(CEO)는 바젤월드에서 비즈니스인사이더와 가진 회견에서 "우리 제품에서 금 대신 쇠로된 소재가 늘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고객 층의 변화를 감지하고 가격에 민감한 소비층을 흡수하기 위해 저렴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바젤 월드 2016'의 화려함 뒤에 고급 시계 브랜드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발언이다.

명품 시계 브랜드가 이 같은 전략 변화를 모색하는 데는 최근 고꾸라지고 있는 성장세가 크게 작용했다. 콧대 높던 스위스 시계는 지난해 체면을 구겼다. 스위스시계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스위스 시계 수출 금액은 218억스위스프랑(약 26조원)으로 전년보다 3.3% 감소, 6년 만에 하락세를 기록했다.


불황과는 거리가 먼 것 같던 명품 시계 브랜드 위축이 두드러졌다. 카르티에, 피아제, 예거 르쿨트르, IWC, 몽블랑 등 명품 시계 브랜드를 소유한 리슈몽의 주가는 지난해 19% 감소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11% 더 떨어졌다. 세계 최대 시계 브랜드 스와치 그룹의 주가도 지난해 21%, 올해 6% 하락했다.

오래도록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스위스 명품 시계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데는 스위스 시계를 쓸어 담던 중국인들의 손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 취임 이후 당국이 공직자들에게 값비싼 시계 등 사치품을 선물로 받지 못하게 하는 등 부패 척결에 나선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스위스 시계 최대 수요처였던 홍콩의 수입량은 23%, 중국 전체로는 4.7% 감소했다.


중국에 대한 시계 판매 의존도가 지나쳐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명품 시계 브랜드 파텍필립의 티어리 스턴 대표는 "중국인들은 (명품 시계 시장에서) 급작스레 떠났고, 재고는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잦아지는 테러도 명품 시계 시장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가 발생한 이후 관광객 수요가 줄어들면서 시계 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 지난주 벨기에 브뤼셀에서 발생한 테러 역시 시계 산업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바젤 월드를 통해 명품 시계 브랜드들은 애플 워치 등 스마트워치의 공세에 대한 방어전략도 본격화 하고 있다. 제니스가 지난해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은 반면 스마치워치로 이미지 변신을 꾀한 태그호이어와 위블로는 이번 바젤월드에서 이목을 끌었다. 태그호이어 지난해 11월 스마트워치 '커넥티드'를 출시, 초기 물량 2만대가 모두 매진됐다. '왕들의 시계'라고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위블로는 올해 스마트 기능을 도입한 시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마이클 코어스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글래머러스 골드'와 '스포티 블랙'을 선보였고, 닉슨은 수심 100m까지 방수를 지원하는 스마트워치 '더 미션'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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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4분기 스마트워치의 글로벌 판매량은 8100만대로, 2014년 4분기(1900만대)보다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대세 제품'으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장 클로드 비베르 태그호이어 CEO는 "1 분기 매출에서 올해 스마트 워치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확신을 받았다"며 스마트워치로의 변신 성공에 대한 확신을 내비쳤다. 스위스 대형 은행 줄리어스 베어가 운영하는 명품브랜드 펀드 담당인 실리카 후앙 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명품 시계 브랜드에 대한 최근의 우려는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며 "올해 명품 시계 업계는 5% 가량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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