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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월호, 그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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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월호, 그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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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시작은 '돈'이었다. 2014년 4월15일 짙은 안개가 세월호의 발을 묶었을 때 여객영업팀과 물류팀의 의견이 갈렸다. 여객 운임 수입은 '미미'했지만 화물은 사정이 달랐다. 그날따라 많은 화물을 실어 큰돈을 벌 수 있는 상황.(청해진해운 사건, 경찰 박희석 진술조서) 청해진해운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했다. 세월호는 승객 459명을 태우고 인천항에서 제주항으로 향했다. '관행'처럼 '양호'를 표기한 여객선 안전점검 보고서도 함께였다.(검찰 박한결 피의자신문조서)

4월16일 오전 8시49분. 전라남도 진도군 맹골수도를 지나던 세월호가 급격히 기울었다. 컨테이너 일부가 바다로 떨어졌다. 평형수를 옮겨 배의 균형을 맞추려 했지만 '탐욕'으로 인한 과적은 이를 불가능케 했다.(선원 사건, 검찰 조준기 피의자신문조서)
단원고 최덕하(17ㆍ사망) 학생은 전남119에 사고 사실을 알렸다. '침몰' '제주도' '세월호'를 정확히 말했다. 목포해경과 최덕하 학생이 연결됐다. 최덕하 학생은 또 다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아까운 시간이 흘렀다. 이번엔 '매뉴얼'이 문제였다.

끝은 선원과 해경의 '무책임'이었다. 배 안으로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안내 방송이 들렸다.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1997년 태어난 단원고 학생들은 1994년에 만든 구명조끼를 입고 가만히 기다렸다. 그때 기관부 선원들은 탈출 준비를 했다. 오전 9시43분 도착한 해경 123정은 체온 유지를 위해 파란색 스즈키복과 모자, 장화를 착용한 이들을 처음 구조했다.

구조요청을 받은 유조선 둘라에이스호와 구조 헬기, 123정이 세월호 주변으로 왔지만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승객을 붙들었다. 해경은 '퇴선하라'는 방송도, 접안도 시도하지 않았다. 8인승 구명보트만 세월호와 123정을 분주히 오갔다. 선내에는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이 계속 흘렀다.(김동협 휴대폰 동영상) 오전 10시30분 배가 침몰했다. 구조인원은 172명. 304명이 물 속에 갇혔다.
책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관련 재판기록 15만장과 3테라바이트(TB)가 넘는 자료물을 분석한 결과물이다. 선원, 해경, 청해진해운에 대한 재판기록과 국회 국정조사특위 기록 등을 바탕으로 그날을 재구성하고 파헤쳤다. 각 자료와 기록을 인용할 때마다 주석을 달았다. 주석은 모두 2281개.

책은 단원고 박수현군의 아버지 박종대씨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아들이 휴대폰에 남긴 15분짜리 동영상을 본 뒤 세월호 관련 기록을 모아나갔다. 독재정권 시절에 간첩으로 몰렸다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이들의 단체 '진실의 힘'이 힘을 보탰다. 박다영씨, 박수빈 변호사, 박현진씨와 한겨레21 정은주 기자가 진실의 조각을 찾고자 열 달 동안 기록에 매달렸다. 박다영씨는 "이 책은 '그날의 상황'을 알 수 있는 가이드북이다. '이것이 진실이다'라고 단정하거나 언급하지 않는다. 최대한 사실을 보여주며 '상황이 이러했다'고 풀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책은 '왜 구하지 못했나' '왜 침몰했나' 등 누구나 가질 법한 물음에 답한다. 새로운 기록을 찾지 않았다. 있는 기록 속에서 검찰, 법원, 감사원, 국회가 발견하지 못한 진실을 찾고자 했다. 녹취록을 분석해 누락된 부분을 밝히고 여러 기록을 대조해 잘못된 시간을 바로잡았다. 동영상과 진술을 모아 열두 차례 선내 안내방송을 순서대로 복원했다.

"구할 수 있었다." 이 책의 결론이다. 구조할 선원도, 해경도, 시간도 있었다. 없는 것은 구조 계획과 책임자였다. 선원들이 퇴선명령을 내렸다면, 해경이 철저한 구조계획에 따라 책임 있게 행동했다면 구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박다영씨는 "큰 의혹들은 해소했지만 아직 남아있는 의문들이 있다. 이 책을 통해 시민사회에서 더 많은 고민과 조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지음/진실의힘/2만5000원>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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