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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문화 보고서]상명하복·야근에 병든 韓 기업…"후진적 기업문화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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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맥킨지, 韓 기업문화 진단
국내기업 100개사·4만명 대상 종합진단 보고서 발표
"기업문화 개선 핵심열쇠는 CEO의 인식·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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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잦은 야근과 상명하복식 지시 등 후진적 기업문화로 국내기업이 병들고 있다. 주 5일 중 3일 이상 야근하는 직원이 43%에 달했고, 야근을 많이 할수록 성과는 되레 떨어지는 '야근의 역설'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인재에 대한 편견도 여전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같은 결과를 담은 '한국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보고서를 15일 발표했다. 이는 대한상의가 맥킨지와 함께 지난 9개월 간 국내기업 100개사, 4만여명의 임직원들 대상으로 기업문화를 종합 진단한 결과다.

조사에 응한 직장인 4만명은 국내 기업문화 중 '습관화된 야근'을 가장 심각한 현상으로 꼽았다. 한국 고유의 기업문화 중 '습관화된 야근'에 대한 호감여부는 31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야근의 원인인 ▲비효율적 회의(39점) ▲과도한 보고(41점) ▲소통없는 일방적 업무지시(55점)도 점수가 낮았다.

▲한국 고유기업문화 실태(자료 = 대한상의)

▲한국 고유기업문화 실태(자료 = 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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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한국 직장인들은 주 5일 기준 평균 2~3일을 늦게까지 일했다. '3일 이상 야근자' 비율도 43%에 이르렀다. 야근이 없다는 직장인은 12% 수준이었다. 대한상의는 "야근문화의 근본원인은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와 상명하복의 불통문화"라며 "실제 조사에서 퇴근 전 갑작스런 업무지시나 불명확한 업무분장으로 한 사람에게 일이 몰리는 경우 일이 몇 갑절 늘어나 야근하는 사례가 수시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A과장은 "아직도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지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결재라인을 밟을 때마다 보고서 방향이 뒤집히는 일이 허다하다"며 "자동차를 조립하고 결재단계마다 조립된 차를 다시 분해, 그걸 재조립하는 일을 반복하는 느낌"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야근을 많이 할수록 업무시간과 성과는 오히려 떨어지는 '야근의 역설' 현상도 확인됐다. 대한상의가 8개 기업 45명의 일과를 관찰한 결과, 상습적으로 야근하는 B대리는 하루 평균 11시간 30분을 근무했고 다른 직원은 하루에 9시간50분 일했다. 그러나 B대리의 생산성은 45%로 다른 직원들(57%) 보다 낮았다. 생산적인 업무시간도 B대리(11시간30분×45% = 5시간11분) 보다 다른 직원들(5시간36분)이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야근은 출산 후 복귀한 직장여성에게 핸디캡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들은 야근의 이면에 존재하는 '사내 눈치보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성들의 야근일수는 주 5일 평균 2일로 남성(2.3일)에 비해 적었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는 여전히 힘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육아를 위한 불가피한 상황조차도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의 당당한 조직생활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과장 C씨는 "야근이나 회식 때 애 때문에 일찍 가봐야 한다고 하면 배려해주지만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눈치 보이고 소외되는 것 같고, 직장에 몰입하기 힘든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자조하기도 했다.

여성인재에 대한 편견도 문제로 지적됐다. 인사평가나 승진 등에서 불리한 원인에 대해 여성들은 '출산육아로 인한 업무공백'(34.7%), '편견'(30.4%)을 꼽았지만 남성들은 '출산·육아문제'(22.6%), '여성이 업무에 소극적'(23.7%)이라는 점을 주요 이유로 꼽아 남녀간 인식차가 뚜렷했다.

한편 한동안 심각한 구태문화로 지적 받던 회식문화는 크게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의 76.7%는 "잦은 회식이 업무나 개인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실제 회식 횟수도 주 평균 0.45회로 집계됐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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