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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옥주현과 마타하리 그리고 미운오리와 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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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개막 뮤지컬 마타하리의 옥주현
19세기 무희의 삶 속 사랑·이별 다뤄


[인터뷰] 옥주현과 마타하리 그리고 미운오리와 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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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물랭 루주는 19세기 프랑스를 상징하는 댄스홀이다. 파리의 보헤미안들이 몽마르트에 세운 그곳은 매일 밤 예술가와 노동자, 귀족과 사교계 명사들로 북적거렸다. 문화와 계급을 녹이는 '용광로'에서 파리지앵들은 자유롭게 음악과 춤을 즐겼다.
'마타 하리'는 물랭 루주에서 단연 돋보인 무희다. 검은 머리와 올리브빛 피부가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그녀는 관능적인 춤으로 보는 이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탁월한 화술로 상류사회 사람들과 교류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작은 보석으로 치장한 그녀의 아찔한 의상이 일간지에 실릴 정도였다.

마타 하리의 본명은 마르가레타 게르트루이다 젤레. 자신을 자바인 혼혈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1876년 8월 7일 평범한 네덜란드 가정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상인의 딸로 레이덴 교육대학을 나왔다. 열아홉 살에 네덜란드 식민지군에 소속한 스코틀랜드 출신 장교 캠벨 매클라우드 대위와 결혼해 1902년까지 인도네시아의 자바와 수마트라에서 살았다. 이 결혼은 불행으로 끝났다. 남편은 하인의 아내와 바람을 피웠고 하인은 그녀의 딸을 독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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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 하리는 '아무 것도 묻지 않는' 물랭 루주로 도망쳤고 거기서 스타가 됐다. 하지만 그녀의 화려한 삶은 길지 않았다. 마타 하리는 스파이가 되기를 강요하는 조르주 라두 대령, 매력적인 조종사 아르망과의 사랑에 휘말려 나락으로 떨어진다. 오는 29일 개막하는 뮤지컬 '마타 하리'는 물랭 루즈의 스타 무희가 제 1차 세계대전에 휘말리고 독일과 프랑스의 이중 스파이로 지목돼 처형된 삶의 여정을 그린다.
마타 하리 역을 맡은 옥주현(36)을 지난 8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저와 마타 하리가) 닮은 부분이 있다면… 거친 삶을 살았잖아요. 자신만 믿고." 마타 하리와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가수 데뷔 18주년, 뮤지컬 배우 데뷔 10주년을 맞은 옥주현이 겪은 인생의 굴곡도 결코 작지 않다.

그는 1998년 아이돌 그룹 '핑클'의 멤버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핑클 멤버로 일하는 동안 '미운오리새끼'가 된 기분을 느꼈다. 옥주현은 핑클의 동료들이 자신보다 훨씬 예쁘다고 느꼈고 팬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예쁜 사람들 옆에서 예쁜 척"을 해봤지만 차별받는 느낌이 들었다. 팬들은 뛰어난 가창력에 주목하지 않았다.

빈틈없는 자기관리와 노력으로 '백조'가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는 더 미운털이 박혔다. 그녀의 당당함과 때때로 나오는 매서운 발언은 자만으로 비치기 일쑤였다. 옥주현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 2011년 MBC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출연을 앞두고는 자격 논란에 시달렸다. 뮤지컬 배우로서 가창력을 인정받던 그였기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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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감사해요. 처음부터 지지받고 사랑만 받았다면 나를 다그치고 냉정한 잣대로 바라보는 시간이 부족했을 거예요. 그렇다고 지금이 사랑받아 마땅한 상태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남과 달리 보이는 직업인만큼 좀 더 신중했어야 하죠. 그 시간들을 통해 한 발짝 물러나 스스로를 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옥주현은 지금 인생 그래프의 가장 높은 곳에 있다. 그의 이름 앞에 '아이돌 출신', '가수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촌스러워 보일 정도로 뮤지컬 배우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2005년 '아이다'로 데뷔한 그는 첫해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여우신인상을 받았다. 2008년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과 여우인기상을, 2012년에는 '더 뮤지컬 어워즈'와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동시에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지금은 명실상부 1인자다.

그는 주로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에 출연해왔다. 안전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그의 대표작 '엘리자벳' '레베카' '위키드' 등은 모두 국내 초연작이다. 한국 관객의 공감을 얻는 캐릭터를 구축하려면 치밀한 분석이 필요했다. 옥주현은 자신을 성장하게 한 작품으로 '엘리자벳'과 '레베카'를 꼽았다. 그는 시대극을 위해 역사를 파고들고, 국내에 책이 없으면 해외 원서를 공수해서 연구했다. 궁금증이 가시지 않으면 작품의 배경이 된 나라를 찾아갔다.

옥주현은 지금도 밤 공연을 마친 뒤 야식을 하지 않는다. 허기를 이겨내야 다음 날 온전한 목 컨디션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이크업을 직접 하는 스타로도 유명하다. '시카고'의 쇼걸이나 '위키드'의 초록마녀 엘파바 등 어려운 분장도 척척 해낸다. 이렇게 철저한 자기관리가 옥주현을 '3년 연속 티켓파워 1위 여배우'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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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할 때마다 분장 팀과 상의해요. 조명과의 밸런스도 생각해서 제안하고 조율하는 편입니다. '마타 하리'의 메이크업은 대략 구상은 했는데 색은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극의 흐름에서 튀지 않으면서도 캐릭터를 강조할 수 있는 메이크업을 생각해보고 있어요."

'엘리자벳'과 '레베카'를 만든 제작사 EMK는 2011년 '마타 하리'를 구상할 때 옥주현을 떠올렸다고 한다. 작곡을 맡은 미국 브로드웨이 출신의 프랭크 와일드혼(57) 역시 옥주현을 지목했다. 와일드혼은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로 브로드웨이에서 인정받는 스타다. 그는 옥주현의 음색을 떠올리며 '마타 하리'의 음악을 작곡했다. 엄홍현(42) EMK 대표가 "우리나라에 옥주현만 한 배우가 있느냐"고 묻자 프랭크 와일드혼은 "전 세계에 옥주현만 한 배우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옥주현은 "감사할 따름"이라며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프랭크 와일드혼이 '당신들은 이 작품의 세계 초연 배우입니다. 처음 만드는 과정이 다 기록돼 계속 전수될 거예요. 사명감을 갖고 해주세요'라고 말하더라고요. 부담과 감동이 오고가는 중입니다"라고 했다.

"마타 하리의 가사 중에 '누군가 나를 믿어주는 순간 내 안에 같은 믿음이 태어난다'는 대목이 있어요.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동안 작품을 통해 배운 모든 것을 마타 하리에서 아름답게 승화시키고 싶습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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