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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 골프공이 신불자 날려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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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 CEO를 만나다 - 42. 김영준 에이스골프 대표
광고용품 납품 잘나가다 IMF때 부도
무게중심 특허 아이디어로 재기 성공
美박람회서 가능성 인정, 수출도 도전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2주 동안 집 밖을 나가지 못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게 두려웠다. 모두가 나를 낙오자로 여기는 듯 했다. 아파트 19층에서 밑을 내려다봤다. 점처럼 작게 보이는 사람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봤다. 불현듯 파란 하늘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 "이대로 놔버릴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준 에이스골프 대표는 '오뚝이' 창업자다. 한때 광고용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며 전국 7000곳의 광고업체에 물품을 납품하기도 했다. 늘어나는 매출에 통장에 수십억원이 찍힌 적도 있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그도 1998년 IMF 외환위기의 서슬을 피하지 못했다. 밀려드는 대금 압박을 견디다 못해 회사는 결국 부도가 났고, 그는 '신불자(신용불량자)'가 됐다.

신용불량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던 그가 다시 창업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재기 창업 지원 덕분이라고 했다. 무게 중심을 맞춘 골프공 사업 아이디어가 심사를 통과하면서 2014년 7월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고, 최고 한도인 30억원을 대출받았다. 골프산업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하고자 호남대 골프산업학과에 입학했고 이곳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특허 출원 및 마케팅 등에 대한 지원을 받았다.
왜 그가 선택한 재창업 아이템은 골프공이었을까. 신용불량자가 되기 전 김 대표는 '싱글' 골퍼였다고 했다. 그는 우연히 골프공이 완벽한 구가 아니라고 느꼈다. 눈이 잘못 됐나 생각했지만 며칠 뒤에도 똑같은 현상을 발견했다. 의문을 느껴 골프공을 잘라 단면을 확인하고 길이도 재봤다.

김 대표는 "무게와 사이즈는 규격에 맞게 제작됐지만 공이 완전한 구체가 아니었다. 직경이 2mm 정도 차이가 있는 공도 있었다"면서 "해외 자료 등을 통해서 알아본 결과 1mm 차이가 나면 클럽 전체의 무게 밸런스를 10~15% 정도나 무너뜨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왜 제조사들이 이런 사실을 간과할까 의문을 가졌다. 그래서 제조과정을 살펴보니 골프공의 85%를 차지하는 코어를 만들 때 공 내부에 액체를 주입하고 고체화하는 사출성형 과정에서 중력의 영향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무게 중심이 한 쪽에 쏠리는 '편심(偏心)'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실제 이런 편심 때문에 골프공은 임팩트 되면 초속에서는 똑바로 나가다 힘이 떨어질 때 무게 중심이 쏠리는 쪽으로 돌아가게 된다. 김 대표는 "각각의 무게중심에 따라 달라지는 퍼팅라인을 알려주는 골프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에이스골프에서 개발한 골프공은 모든 제품을 전수 조사해 각기 다른 밸런스 마킹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듀얼밸런스 골프공 '엑스페론(Xperon)'은 무게중심과 접합부분이 수직으로 교차하는 에임라인을 찾아 최적의 무게중심과 형태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특허기술을 적용했다. 제대로 회전하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날아갈 염려가 없다. 이를 통해 평균 5타 이상의 핸디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집행 받은 중진공의 대출 자금으로 전남 광주 평동산단에 공장을 세웠다. 이후 9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해 올린 지난해 매출액은 8억원. 올해에는 이보다 최소 10배 늘어난 8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 올 1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미 PGA 주관의 세계 최대 골프산업용품박람회 '2016 PGA 머천다이즈 쇼(Merchandise Show)'에서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김 대표는 "첫 번째 참가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해외 골프 관련 업체로부터 관심 및 구매 관련 상담을 받았고 판매ㆍ유통에 관한 구체적인 협약도 체결했다"면서 "이달부터 미국 현지에 있는 쇼룸을 통해 본격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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