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사회 움직이는 패러다임으로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왜 혼자 안사세요?"
조만간 이런 질문을 주고받는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이미 길에서 마주치는 10명 중 서너명은 혼자 살고 있다. 앞으로 3년 정도 후에는 1인가구의 수가 다인가구 수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1인 가구수는 1985년 66만1000가구에서 2015년 7.7배 인 506만1000가구로 급증했다. 전체 인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26.5%에 달한다. 이제는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이해해야 하는 '대세'가 된 것이다.
◆누가, 왜 혼자사는가= 과연 누가 혼자 살까. 혼자 지내면 집 값은 물론이고 난방비나 전기세, 하다 못해 세제 한통도 온전히 본인의 부담이다. 살림살이는 점차 팍팍해진다는데 다 같이 지내며 한푼이라도 아끼지 않고, 왜 다들 뿔뿔이 흩어지는 걸까.
미혼 및 이혼가구도 최근 싱글족의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미혼인 1인 가구는 2000~2010년 동안 연평균 6.8% 증가했고, 이혼 1인가구는 같은 기간 연평균 9.8% 증가했다. 여성 1인가구의 증가도 눈여겨 볼만하다. 1인가구 중 여성의 비중은 2010년 66.1%에서 2014년 69.0%로 상승했다. 특히 20~30대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싱글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 볼 만 하다.
혼자 사는 삶을 선택한 배경으로는 현실적인 이유가 지목된다. 지난해 말 서울연구원이 서울에 살고있는 만 20세~60세 1인가구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절반 이상인 51.5%가 '직장과의 거리 때문에 혼자 산다'고 답했다. 가족으로부터의 독립(37.1%), 가족 이주나 사망(14.0%), 취업ㆍ진학ㆍ고시준비 등(11.2%), 학교ㆍ학원과의 거리(5.9%) 등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싱글족이 경제를 흔든다= 싱글족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국내 경제주체의 핵심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변화에 가장 빠르게 대응해 '돈벌이' 아이템을 찾아내는 대기업이나 미디어, 출판업계도 이들을 겨냥한 다양한 제품과 콘텐츠를 쏟아낸다.
통계청 조사결과 2006년 16조원에 불과(전체 민간소비의 3.3%)하던 1인가구의 소비지출 규모는 2010년 60조원으로 증가했으며, 오는 2030년에는 19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민간소비의 2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1인가구의 소비성향은 다인가구와 비교해도 높다. 2014년 가구별 소비성향을 살펴보면, 1인가구의 소비성향은 80.5%로 전체평균 73.6%를 앞선다. 가구원수별 1인당 소비규모 역시 1인가구가 92만원으로 월등히 높다.
1인가구의 주요 항목별 소비지출 비중을 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주거 및 수도 광열비(19.1%)다. 다음으로는 식료품 및 음료(15.3%), 음식 및 숙박(12.7%), 교통(10.2%), 기타 상품 및 서비스(9.6%), 보건(9.1%) 등의 순서다. 4인 이상 가구와 비교하면 주거 및 수도광열비, 식료품 및 음료, 보건, 기타 상품 및 서비스 등에서 1인가구의 지출이 많다.
한슬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싱글족 소비의 특징을 4S로 요약했다. ▲가구와 가전 등은 기존보다 더 작고(Small) ▲똑똑한(Smart) 제품을 선호하고 ▲간편하고 한번에 해결하려는 원스톱 소비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1인가구를 위한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Service)와 제품들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우리'가 아닌 '나'(Selfish)를 위한 소비 행위가 강해 포미족, 혼밥족, 싱글슈머 등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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