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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의 디스코피아 ⑮] 폴리스(Police) - Synchronicity?(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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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생산성의 좋은 예

Police - Synchroni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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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개인적으로 예술가가 겪는 고난이 걸작의 자양분이라는 낭만주의적 발상에 반대한다. 최상의 상태일 때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훨씬 상식적이니까. 무엇보다 특정 분야의 종사자니까 괴로운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너무 폭력적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세상에는 예술가의 고통과 생산성이 비례한 결과가 꽤 많다. 『싱크로니서티(Synchronicity)』도 그런 예 중 하나다.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앨범을 작업할 즈음 폴리스(Police)는 음악외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보내고 있었다. 스팅(Sting)은 이혼의 아픔을 겪고 있었고 멤버들의 갈등은 가십거리가 될 정도였다. 이런 사정만 보면 이 팀이 정상적인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폴리스는 이 때 최고의 앨범을 만든다. 의미심장하고 우연한 일치를 이야기하는 칼 융의 동시성(Synchronicity) 개념에서 따온 제목처럼 멤버들은 퀘벡과 런던 등 서로 다른 장소에서 작업했다. 재킷이 여러 버전으로 발매되었다는 점 역시 동시성의 증거다.
밴드의 상황을 대변하듯 앨범 전반에는 비장함이 서려 있다. 펑크와 레게의 영향 아래 있던 전작들보다 훨씬 긴장감과 박진감이 넘친다. 수록곡들의 성격은 다채롭지만 혼란 속에서도 서로 호응하며 하나의 잘 짜인 동시성을 구성한다. ‘싱크로니서티(Synchronicity)’, ‘싱크로니서티2(Synchronicity 2)’, ‘오 마이 갓(Oh My God)’ 등에 공격적인 리프와 선율이 있다면, 신비로운 느낌의 ‘워킹 인 유어 풋스텝(Walking in Your Footsteps)’, 이혼의 아픔이 담긴 ‘킹 오브 페인(King of Pain)’은 열정적인 동시에 차분하며 아름답다. 절규가 담긴 서머즈(Andy Summers)의 ‘마더(Mother)’가 잠시 당황스럽지만 코프랜드(Stewart Copeland)가 작곡한 ‘미스 가덴코(Miss Gardenko)’는 스팅의 곡들에 못지않다.

폴리스 최고의 노래도 이 앨범에 있다. ‘에브리 브레쓰 유 테이크(Every Breath You Take)’의 기타리프와 코러스는 사랑스럽단 표현이 적절하다. 유난히 편한 멜로디와 연주 때문에 앨범 최고의 곡이면서 동시에 앨범에서 가장 이질적이다. 사랑의 노래로 알려져 있지만 스팅의 의도는 다분히 달랐다. 당신의 모든 걸 낱낱이 지켜보겠다는 가사의 화자는 연인보다 스토커에 가깝다. 당시 스팅이 이혼으로 괴로워하고 있던 점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싱크로니서티』 발매 후 밴드는 몇 번의 투어를 마친 후 해체했다. 그러나 마지막 앨범의 수확은 풍성했다. 팔백 만장이 팔린 앨범과 수록곡들은 그래미를 석권하고 빌보드를 폭격했으며, ‘에브리 브레쓰 유 테이크’는 클래식으로 남았다. 궁지에 내몰린 재능이 적절한 방향으로 폭발한 좋은 예시다. 그러나 멤버 중 그 누구도 밴드 시절 이상의 흥행은 누리지 못했다. 지긋지긋한 동료들을 더 이상 안 봐도 되니 “불행한 생산성”이 고갈되었던 걸까. 그래도 고통이 걸작의 자양분이란 생각에는 여전히 반대한다. 힘든 현실 때문에 감히 싹도 틔우지 못한 재능이 훨씬 많으리라고 생각하기에. <문화평론가>

■ '서덕의 디스코피아'는 … 음반(Disc)을 통해 음악을 즐기는 독자를 위해 '잘 알려진 아티스트의 덜 알려진 명반'이나 '잘 알려진 명반의 덜 알려진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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