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총·대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정치인들의 '색깔바꾸기'도 잦아지고 있다. 13년만에 야당에서 여당 행(行)을 택한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 보수의 브레인(Brain)에서 야당의 선거사령탑으로 변신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선거를 앞두고 색(色)을 바꾸는 정치인을 두고 일각에서는 '철새'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러나 소신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 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의 속성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보수·진보가 본격적으로 분화된 2002년 대선은 가장 드라마틱(Dramatic)한 당적변경이 나타났던 시기다. 노풍(盧風)을 불러일으키며 이회창 후보를 압도하던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서다.
노 후보의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집권여당의 의원들은 소신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김원길·박상규·강성구 의원 등은 아예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으로 적을 옮겼고, 노 후보의 사퇴를 주장했던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 소속 의원들도 대거 야당행이나 탈당을 선택했다.
현재 여권 중진인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 초야(草野)에서 기회를 엿보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행보도 소신과 현실 사이에서 진동하는 정치인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을 쏙 빼닮은 외모로 바람을 일으켰던 이 최고위원은 1997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난 지 1년여 만에 뜻을 같이하는 원유철 의원(現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과 함께 전격 새정치국민회의로 당적을 옮겼다. 특히 어떤 의미에서 정권교체의 1등 공신이었던 이 최고위원은 새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에서 4년만에 다시 대권주자로 부상했다.
그러나 갑자기 부상한 노 후보에 일격을 당한 이 최고위원은 다시 탈당을 감행, 자유민주연합-무소속-자유선진당(선진통일당)을 거쳐 15년만에 친정으로 복귀했다. 이에 대해 이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돼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려다보니 멀고 험한 길을 돌고 돌아왔다"고 회고했다.
여권의 제3후보로 꼽히던 손 전 대표도 2007년 친정인 한나라당을 떠나 범여권 행을 택했다. 이명박·박근혜 라는 양강(兩强) 속에서 살아남기 어렵고, 정권의 실정으로 무주공산이 된 여당이라는 현실적 조건이 반영된 결단이었다. 그는 당적변경의 사유로 "합리적 진보와 실용적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