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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백성희, 70년 연극 인생 마무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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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백성희, 70년 연극 인생 마무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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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연극은 내가 볼 수 없는 것까지 보게 만들어,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의 새로운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 참으로 오랜 여행이었지만, 나는 지금 그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에 무한히 감사한다."(회고록 '백성희의 삶과 연극' 중)

한국 연극계 버팀목이었던 배우 백성희 씨가 기나긴 여행을 마치고 하늘 무대로 떠났다. 지난 8일 밤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
고인은 1925년 서울 영락동에서 아버지가 목재상을 운영하는 중산층 가정의 5남 5녀 중 맏이로 태어났다. 본명이 '이어순이'였다. 소학교 6학년 때 일본에서 유학하던 외삼촌이 가지고 온 '다카라즈카 소녀가극단' 공연 팸플릿을 보고 배우의 삶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동덕여고에 다니던 17세 때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빅터무용연구소 연습생으로 들어갔다.

1943년 극단 현대극장의 '봉선화'(함세덕 작ㆍ연출)로 데뷔했다. 개막 5분 전 공연을 못하게 된 선배 대신 맡은 '벼락 대역'이었다. 그 뒤로 70여 년간 연극 인생을 살았다.
광복 후 극단 낙랑극회, 신협을 거쳐 1950년 국립극단에 창단 단원으로 들어간 뒤 작품 400여 편에 출연했다. '뇌우'(1950) '나도 인간이 되련다'(1953) '씨라노 드 벨쥬락'(1958) '베니스의 상인'(1964) '만선'(1964) '달집'(1971) '무녀도'(1979)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81) '메디아'(1989) '강 건너 저편에'(2002) 등이 대표작이다.

처음엔 주로 현대적인 신여성 역할을 맡았다. 그러다 "작품은 가려서 선택하지만, 배역은 가리지 않는다"는 신조에 맞춰 점차 다양한 역을 소화해냈다. 그는 1994년 쓴 자서전 '무대 밖에서'에 "요조숙녀, 요부, 인민군 장교, 제 손으로 자식을 죽인 무녀까지 안해 본 인물이 없다"고 썼다. 40대 초반에 출연한 '달집'에선 70대 할머니를, 50대 후반에 선택한 '장화를 신은 고양이'에선 18세 공주를 연기했다. 가히 '천의 얼굴'이라 할 만했다.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접어들어서도 무대에 오르기를 멈추지 않았다. 2010년 그의 이름을 딴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 개관 기념작 '3월의 눈'을 올리며 고 장민호 씨와 부부를 연기했다. 2013년에는 명동예술극장 '바냐 아저씨'에 마리야 역으로 출연했다.

그는 정확한 발음으로 '리얼리즘 연기의 교본'으로 꼽혔다. 동아연극상(1967, 1982, 2006년), 대한민국연극상(1985년), 동랑연극상(1988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1994년),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1998년), 대한민국예술원상(1999년) 등을 받았다.

2002년부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됐고 2010년에는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예술원 예술창작 활동지원사업을 지원받아 70년 연기 인생을 정리한 회고록 '백성희의 삶과 연극, 연극의 정석'을 발간했다.

빈소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2일 오전 8시 30분이다. 장례는 대한민국 연극인장으로 치러지며 영결식은 12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이루어진다. 영결식 후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손진책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연출로 노제가 진행된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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