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개발법 민간사업자 수용권 부여는 헌법 위반…법률 개정 때까지 존속 ‘헌법불합치’ 결정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고급골프장 사업 시행을 위해 타인의 재산을 강제적으로 취득하게 하는 것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곽모씨가 ‘지역균형개발 및 지방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16조 1항 4호 등이 재산권을 침해한다면서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지역균형개발법 제16조 1항 4호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민간사업자도 지역개발사업 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남 남해군수는 지난 2009년 10월 골프장 및 리조트 건설 목적의 개발 사업을 위해 ‘한섬피앤디’를 지역개발사업자로 지정했다.


한섬피앤디는 남해군 창선면 일대 토지 취득을 위해 소유자인 곽씨와 보상협의를 했지만 협의가 이뤄지지 않자 지역균형개발법에 따라 토지수용 재결신청을 했고, 토지수용 처분을 받아냈다.

곽씨는 “골프장 사업과 같이 공익성이 없는 경우까지 무제한적으로 수용권을 부여하는 것은 헌법23조(국민의 재산권 보장)에 위반된다”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법률에서 ‘수용권’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특정물의 소유권이나 권리를 강제로 징수해 국가나 제3자 소유로 옮기는 처분을 말한다. 국민 재산권 침해요소가 있지만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분 아래 허용된 권리다.


고급골프장의 공익성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이번 사건의 쟁점이다. 헌재는 민간사업자에게 수용권을 주는 조항 자체는 합헌이라고 여러 차례 결정한바 있다. 실제로 대규모 놀이공원 조성 사업의 경우 주민소득 증대에 도움을 주는 등 공익성이 높은 사업이라는 판단 아래 수용권을 부여하는 추세였다.


헌재는 “고급골프장은 평균 고용인원이 적고 시설 내에서 소비행위가 이뤄지는 자족적 영업행태를 가지고 있어 지역 균형 발전이나 주민소득 증대 등 입법목적에 대한 기여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 사건 법률 조항은 공익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민간개발자의 지구개발사업을 위해서까지 공공수용이 허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헌법 제23조 3항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박한철, 김창종, 강일원 헌법재판관은 소수의견을 통해 합헌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헌재는 민간개발자에게 관광단지 조성을 위해 토지 수용권을 부여한 관광진흥법 조항을 합헌 결정하면서 공공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면서 “(고급골프장 사업의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행정기관이 개발사업의 공공성 유무를 엄격하게 하지 않은 데 기인한 것이지 법률조항 자체에 위헌적인 요소가 포함돼 있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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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 재판관 의견은 소수의견에 그쳤고, 헌재는 지역균형개발법 제16조 1항 4호 등에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고 판단해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존속시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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