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2.00%로 정한 금융통화위원회의 15일 결정은 지난 8월 금리 인하에도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미약하다는 상황 인식에 정부와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정부는 경기 회복세가 미진하다는 판단에 따라 기존에 발표한 41조원의 정책자금 패키지 중 연내 집행액을 5조원 늘린 31조원으로 결정하면서 내수 활성화에 나서기로 했다. 한은은 지난 7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2%포인트 낮춘 3.8%로 제시했으며 이날 다시 0.2∼0.3%포인트 정도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열 총재도 "소비 심리는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기업 심리는 아직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정부와 한은의 '부양 공조'를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2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50.4%가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밝힌 것이다. 기준금리 동결(49.6%)을 예상한 전문가도 거의 비슷한 숫자로 나타났지만 대부분은 내달 내릴 것으로 전망하는 등 인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도 이번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대내외 경제 여건을 감안한 한은 금통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기준금리 인하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근의 미국 달러화 강세도 금리인하 동력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원ㆍ달러 환율은 이날 전일 종가인 1064.5원보다 0.5원 오른 1065.0원에 개장했다. 1070원을 상향 돌파했던 10월 초에 비해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 모습이지만 9월 평균 1035.8원과 비교하면 약 30원이 올랐다. 엔화 약세가 장기화 되고 있는 점도 추가 인하의 압박으로 작용했다. 월평균 기준 100엔당 원화 값은 지난 5월 1006.21원에서 7월 1003.66원을 기록한 뒤 8월에는 995.03원, 9월에는 964.08원으로 떨어졌다. 금리 인하를 통해 원화 가치를 떨어뜨려 엔저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 것이다.
하지만 사상 최저치로 내려간 기준금리 때문에 가계부채 문제는 불씨가 될 전망이다. 한은의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의 9월 가계대출(모기지론 양도 포함)은 전월에 비해 3조7000억원이 늘어난 540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추가 인하로 인해 빚 뇌관이 더 커질 수 있다. 한은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 가계부채가 1년 동안 0.24%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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