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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서 만든 정책, 여의도로 팔러다녀…상관찾아 술래잡기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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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조슬기나 기자, 이윤재 기자]정부세종청사는 2012년 12월 1단계 이전을 시작으로 올 연말 3단계 이전이 마무리되면 9부,2처,2청, 36개 기관이 입주하는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복합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1단계 이전 2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정부세종청사는 행정비효율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특히 부처 장차관은 물론 실·국장, 과장, 심지어 사무관까지도 여의도(국회)의 잦은 호출로 인해 세종과 국회를 오가는 시간, 국회에서의 대기시간 등 길바닥과 대리석바닥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공무원의 행정력 낭비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혈세낭비와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최경환,"정책생산공장은 세종에 있는데 길바닥에 다보내"=정부과천청사와 국회를 모두 경험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한달여간 정부세종청사에서 출·퇴근하면서 느낀 점은 "정책 생산공장은 세종시에 있는데 생산하는데 보다는 정책을 팔러다니는데 시간을 길바닥에 다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과장들은 각 과에 사무관, 서기관, 주무관들과 제대로 일을 해서 정책을 만들어내는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장 만나는데 (또한) 1급, 차관, 장관 만나는데 시간을 소비해서야 되겠는가"라면서 "이렇게 돼서는 깨어있는 조직으로서 경제를 실질적으로 컨트롤하는 컨트롤 타워로서 신속한 결정 내리기 어려운 구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7일 국립세종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최경환 부총리 주재로 열린 '세종시대 업무 효율화 방안 마련 및 청렴한 공직문화 실천을 위한 직원 토론회'에서도 공무원들의 불만과 토로가 쏟아졌다.

A씨는 "국회에 몰려가는 모양새가 있다"며 "답변을 못할까봐인데, 사전에 입수한 질의에 대해 답변하고 미리 받지 못한 것은 양해를 구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재부 직원들이 의원질의 내용을 사전에 입수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현 업무관행을 꼬집었다. 그는 "대국회 업무를 원칙적으로 당당하게 했으면 좋겠다"며 "입수를 위해 밤에 돌아다니는 것은 자긍심을 해치는 것이다. 입수 자체를 안해야하는 것이고 업무시간 중 미리 제출해달라고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기재부 노조대표로 참석한 B씨는 "의원 요구자료가 나오면 새벽까지 (일)한다"며 "법 상 7~10일 전에 줘야 하는데, 부총리가 관계설정을 고민해달라"고 요청했다. 간부급 C씨는 "비슷한 자료 요구가 많다"며 공개시스템을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

◆"회의 안하는데 자료만들라, '멘붕'빠져"=길 위에서도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D씨는 "길을 가면서도 화상보고 화상회의를 할 수 있다"며 "국장-과장 간 화상보고가 국장-사무관 간에도 이뤄지면 좋겠다. 전산망을 분리해놔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선의 노력없이 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라면서 국정원, 안전행정부 등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이 서울이면 저녁이 되면 초조해진다. 집 근처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며 스마트워크센터와 재택근무를 제안했다. 현재 스마트워크센터가 서울 8개, 경기도 5개, 충청도 2개씩 있지만, 7시면 문을 닫는데다 주말엔 운영하지 않아 사실상 직원들의 활용도가 높지 않다는 평가다.
업무방식 자체를 바꿔주자는 의견도 있다. 고참급 과장 E씨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업무 방식이 나아진 게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간부회의 때마다 무수한 사무관, 주무관들이 자료를 만드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보고거리가 없어 찾느라 애쓴다"며 "회의는 안하는 데 자료는 만들라고 지시가 내려와서 멘붕(멘탈붕괴)"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최경환 3대 조직운영 방안 패키지 등 기재부를 이끌어가는 데 원칙을 천명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F씨는 실무자들 사이에서 보고대상을 찾아다니는 것을 '술래잡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국장을 찾으려고 비서에게 물어보고 (못찾으면) 과장을 찾는다. 둘 다 서울에 있으면 찾기 어렵다. 누구든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람이 지정 돼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보지도 않는 참고자료가 많은데 두꺼운 참고자료는 (위에서) 화를 내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국장급 G씨는 부서내 실·국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심화되면서 정보 공유의 저해를 불러 일으킨다"고 진단했다. 직원 H씨는 "기존에 보고와 토론은 상명하복식으로 국ㆍ과장, 사무관으로 이어지는 토론문화"라고 지적하면서 "사무관이 다른 사무관의 업무, 과장이 다른 과장의 업무를 토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I씨는 "실·국마다 입장이 다른 것 같다"면서 "정책국이나 지원부서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하고, 특정 업무를 담당하는 실·국은 언론 보도 등을 막기 위해 소극적이고,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접점을 찾기 위해 매뉴얼이나 가이던스를 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공감·소통을 위한 채널을 통해 조직에 대한 운영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인력의 효율적인 활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예산실 간부 J씨는 "2004년과 2014년을 단순 비교하면 예산이 두배 이상 늘었는데 인원은 늘지 않았다"면서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일반적으로 한 실·국에 3년 근무하는 것으로 인사를 돌리는데 예산실에 업무 부담이 많아 3년 동안 있기를 꺼린다"면서 "2년으로 줄이는 것이 어떨까 건의해본다"고 말했다.

◆과천,서울,세종 모두 비효율로 골병…국회 이전 목소리도=행정비효율 문제는 기재부나 정부세종청사 입주기관만의 문제는 아니다. 장·차관의 경우 임시국회와 정기국회는 기본이고, 상임위원회의 업무보고ㆍ법안심사ㆍ전체회의,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전체회의, 본회의, 예산안 예비심사·결산 등을 위해 국회를 찾는 일이 다반사다. 장관이 국회를 찾을 때면 차관이나 실·국장은 물론이고 사무관들까지 동행하는 게 일상이 됐다.세종청사 싱황이 심각한 것은 지리적으로 서울과 150km의 거리인데다 기재부, 국토부,산업부,교육부 등 주요 부처들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국회 안전행정위 강기윤 의원(새누리당)이 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올해 6월말 기준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 13곳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들이 서울·과천청사 및 국회 등지 출장에 지출한 비용은 무려 75억 6926만원에 달했다. 이를 연말까지 단순계산해보면 한 해 출장비용만 15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청서 이전 초창기부터 국회를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허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아직 도시 기반이 완전하게 형성되지 않은 세종시를 당초 취지대로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울에 비해 국토 중심에 가까운 세종시의 지리적 특성상 전국의 지역구출신인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하는 데도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국회의 세종시 이전을 추진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일단은 상임위원회 등 국회 활동의 일부만이라도 세종시로 옮기자는 견해가 있다. 이와 관련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6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정부 세종청사를 방문해 행정비효율에 대한 해법을 찾기로 했다. 정 의장은 정홍원 국무총리와 환담을 갖고 "앞으로 국회 상임위 회의를 세종청사에서 자주 개최하고, 국회에서 행정부 직원들이 차질없이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국회 내 스마트워크센터를 확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또 "화상회의가 처음에는 익숙지 않더라도 곧 적응할 것"이라면서 "국가기밀 사안 등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영상회의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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