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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젓가락을 준비하라"…'공예플랫폼'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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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작가의 백자 그릇, 종지, 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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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작가의 유기 그릇과 수저.

김수영 작가의 유기 그릇과 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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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황금빛 유기, 매끈한 우윳빛 백자, 투박한 흙빛의 옹기. 음식의 격과 맛을 돋우는 전통 그릇들이 '전통'을 벗고 다시금 실생활 속에 쓰임 있는 도구로 돌아올 수 있을까?

우리나라 전통공예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로 커져가는 요즘, 공예품을 '보는 작품'에서 '쓰는 생활품'으로 되돌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람이 없는 텅 빈 집이 낡아 스러지듯 사람의 손길을 타는 공예야말로 그 전통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길 만한 흐름이다.
이 같은 흐름을 보여주는 듯 대규모 전통공예품 전시가 모처럼 열리고 있다.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하는 공예전시가 아닌, 판매로도 이어지는 장이다. 식탁, 찻상, 마당 등 세트장을 갖춰 집으로 가져가 직접 사용했을 때의 느낌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다.

옛 서울역에 위치한 '문화역서울284'에서 '공예플랫폼-공예가 맛있다'전이다. 공예상품을 소개하고 그 가치를 재조명하는 것과 함께 공예산업발전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올해 처음 개최된 행사다. 건물 1~2층 전관에 마련된 전시장에는 180여그룹, 230명의 작가들이 만든 1만 여점의 작품들이 비치돼 있다. 옹기부터, 유기, 청자, 백자, 옻칠 등의 그릇 및 다기(茶器)와 함께 목가구, 한지조명, 천연염색천 등 다양하다. 김관수 공예플랫폼 예술감독은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음식이 담긴 공예품을 바로 느끼게 하는 것을 무엇보다 염두에 뒀다"며 "공예 상품을 볼 수 있는 전시장을 들어서기 전에 마음의 젓가락을 준비하길 바란다"고 소개했다.
25일 서울 문화역284(옛 서울역)에서 개막한 '공예플랫폼'展의 주제관에 비치된 옹기들.

25일 서울 문화역284(옛 서울역)에서 개막한 '공예플랫폼'展의 주제관에 비치된 옹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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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우리 생활에 밀접한 식문화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체험이 가능케 해 눈길을 끈다. 2층 왼쪽 전시장은 주제관으로 '옹기'가 집중 조명되고 있다. 옹기는 토기의 발전된 형태로, 조미료와 식자재의 저장용도로 사용된 한국인만의 독특한 음식저장용기다. 통기성과 저장성이 뛰어난 옹기에 장을 담구는 전통은 우리의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유산 중 하나다. 장독대가 모여 있는 주제관과 함께 1층 기획관에는 작은 옹기그릇들로 장식한 식탁도 만나볼 수 있다. 현대 디자인의 모던함과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기획관에는 공예품으로 구성된 상차림에 다양한 음식들이 빔프로젝트 영상으로 담겨져 실제모습을 연상할 수 있도록 했다. 김치 명인 이하연, 사찰음식 전문가 전효원, 밀레니엄힐튼 서울의 주방장 박효남, 퓨전요리 전문가 김병진 등의 유명 요리사와 공예가의 궁합으로 '맛있는 밥상'들이 꾸려져 있다. 또한 아기자기한 찻잔들과 찻사발이 진열된 전시, 전통주와 도자기가 어우러진 '멋있는 술상'전 등도 만나볼 수 있다.

1층 중앙홀에는 이강효 도예가의 대형 분청사기 작품들이 웅장하게 자리해 있다. 전시 개막일이었던 25일 이 작가는 2m가 넘는 커다란 분청사기 '옹기'를 제작하는 과정을 사물놀이 음악에 맞춰 시연한 바 있다. 황토빛 대형 옹기에 백토를 뿌리거나 손에 묻혀 추상화를 그리듯 한 퍼포먼스였다. 작가는 "우리 도자기 역사는 3000년 전부터 시작됐고, 이 중 분청사기는 1000년 정도가 됐다. 자유분방한 기물을 만든 후에 백토로 장식하는 것이 바로 분청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이미 영국 대영박물관, 빅토리아&알버트 뮤지엄, 프랑스 마리몽왕립박물관 등에 소장돼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이번 페어를 기획한 손문수, 장신정 큐레이터는 "이번 공예플랫폼은 공예의 본질인 실용성을 조명하는 장"이라며 "각기 다른 장르와 지역 특색에 맞는 공예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이번 행사를 통해 공예를 보다 친근하게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정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도 "공예인들이 만든 상품을 연계하는 유통시장의 현실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해 보고 대중들과 공예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도록 할 것"이라며 "이번 전시가 어제의 공예가 내일의 공예를 이어가는 유통활성화에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공예플랫폼 개막식에서 이강효 도예가가 '분청사기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공예플랫폼 개막식에서 이강효 도예가가 '분청사기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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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플랫폼' 전시 기획관에서 선보인 광주요 밥그릇과 찬그릇.

'공예플랫폼' 전시 기획관에서 선보인 광주요 밥그릇과 찬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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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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