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고대문명의 수수께끼>
기원전 4000여년에 발생한 4대 문명이 인류 최초의 문명이고 그리스가 ‘문명의 요람’이다. 4대 문명 이전에는 문명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전 사람은 미개인에 가까웠다. 이는 적어도 우리가 배운 인류문명의 역사다. 탐사보도 언론인인 필립 코펜스는 이런 통설에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사라진 고대문명의 수수께끼'라는 저술을 통해 4대문명보다 3000년전 혹은 5000년전 앞서 선진 문명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보스니아 지역에서 발견된 피라미드와 조각상들은 탄소연대 측정 결과 기원전 6500∼기원전 3500년에 만들어졌다. 보스니아 조각상들은 수메르 우바이드시대의 조각상들과 매우 흡사해 고대 유럽 문명이 고대 수메르 문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게 사실이라면 기원전 4000년에 이집트와 수메르에서 문명이 시작됐다는 기존의 학설은 송두리채 흔들린다.
따라서 인류의 문명 연대를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유럽 문명은 기원전 8세기에 그리스와 로마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며, 4대 문명보다 5000년 앞으로 문명연대를 밀어올려야 한다.이런 문명의 증거물, 즉 도구와 유물과 전설 등은 무수히 존재한다. 그러나 역사학계와 과학계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유지하거나 기원전 4000년이라는 문명의 연대표를 위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는 객관적인 증거들을 외면한다.
저자는 여러 증거, 최신 자료를 제시하며 인류문명사를 새로 쓸 것을 주장한다. 저자는 문명연대표를 새로 쓰지 않을 경우 유물 조작과 날조, 인멸이 수시로 진행될 것이며 이미 자주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저자는 인류 문명과 관련한 사기극을 정면으로 다루며 증거와 합리적인 의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오늘날 "고고학이 문자나 농업의 흔적만을 문명의 유일한 증거로 삼는 것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의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에 저자는 "최근 발견되는 고고학 유물과 유적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오래되고 더 발전하고 더 복잡한 문명이 있었다는 실질적인 증거"라며 기존에 알려진 문명들에 대해 새로운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선사시대에 이루어진 대규모 구리 채광 작업이나 별자리에 맞춰 세워진 거석, 정밀한 측정으로 세계의 중심을 선정한 점 등은 문자 여부를 떠나 문명이 있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과학계와 역사학계가 기존 교과서의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진정한 학문정신을 발휘한다면 우리의 문명이 지금 보이는 것보다 훨씬 흥미롭고 완전히 다른 역사의 그림이 펼쳐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최신의 고고학 발견들과 다양한 역사학적·고고학적 자료를 수집·분석하고 여러 학자들의 조사와 연구를 인용하는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어 흥미롭다. 이에 저자는 말한다. "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는 아니다." <필립 코펜스 지음/이종인 옮김/책과함께 출간/값 1만8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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