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힉스입자 특성 측정할 수 있는 차세대선형가속기 전 단계"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우주가 만들어졌을 때 물질과 함께 있었던 반물질의 행방에 대한 실마리가 규명됐다. 국내 연구진이 충돌실험을 통해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가 그 반입자와 섞이는 현상을 규명해 낸 것이다. 우주 생성초기에 기본입자와 짝을 이루며 존재했지만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반물질의 행방에 대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에는 전하만 반대이고 나머지 성질은 같은 '반입자'가 있다. 우주 생성 초기에는 반입자로 이뤄진 반물질이 물질과 같은 양으로 존재했다. 현재는 물질만 존재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물질(anti-matter)의 행방에 대한 질문은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이다.
매혹쿼크 중간자(charm quark meson)는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인 6개의 쿼크 중 하나인 매혹쿼크와 다른 쿼크 2개가 뭉쳐진 계로 약 10~13 초 정도만 존재하다가 붕괴하는 양자상태를 말한다. 양자상태의 뒤섞임(mixing of quantum state) 현상은 두 개의 양자상태가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전이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매혹쿼크 중간자와 그 반입자와의 섞임 현상이 99.9999% 이상의 신뢰성을 가지고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을 '전자-양전자 충돌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기존 실험에서 섞임 현상에 대한 힌트는 있었지만 단일 전자-양전자 충돌실험만으로 명확하게 규명된 적은 없었다.
매혹쿼크 중간자는 자연스럽게 붕괴하는 반면 반입자는 예측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붕괴되는 점에 착안해 이 두 붕괴방식의 비율을 측정한 결과 입자와 반입자의 섞임이 없을 가능성은 0.00005%로 나타난 것이다.
이번 연구는 고려대 물리학과 고병록 박사가 주도하고, 원은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최신호((논문제목 : Observation of mixing in collisions)에 실렸다.
고 박사는 "기존 연구를 뛰어넘어 단일 전자-양전자 가속기 기반 실험으로 매혹 중간자 섞임 현상을 발견한 연구"라고 설명했고 원 교수는 "최근 발견된 힉스입자의 특성을 정밀 측정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인 차세대선형가속기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전자-양전자가속기를 활용한 것으로 관련 분야 국내 연구진 주도의 후속연구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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