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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최후의 심판' 앞에 서다

최종수정 2014.03.28 11:27 기사입력 2014.03.2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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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내달 1일17년만에 소비세 인상 … 정부부채 줄일까, 경기부진 '독' 될까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막대한 정부 부채를 줄여 재정을 균형으로 돌려놓기 위해 일본이 단행하는 소비세 인상이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아베 신조(安倍晉三) 정부도 과거 소비세를 도입하거나 올렸다가 실각하고만 과거 정부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일본 안팎에서 그 영향에 대한 전망이 맞서고 있다. 한편에서는 세금이 늘어도 되살아난 일본 경제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반면 일본 경제가 소비세 인상에 걸려 다시 몸져눕게 된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아베 정부가 소비세 인상의 고비를 넘더라도 그 배경이 된 재정적자라는 뇌관이 계속 일본 경제를 위협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아베노믹스 '최후의 심판' 앞에 서다

일본 소비세율은 4월1일부터 현행 5%에서 8%로 올라간다. 상품ㆍ서비스 가격이 100원이라면 여기에 세금이 5원에서 8원으로 높아져 소비자가 치르는 값은 105원에서 108원으로 약 3% 인상된다. 일본 정부는 소비세 인상의 충격이 크지 않을 경우 세율을 내년 10월 10%로 더 끌어올릴 예정이다.
◆'GDP 60%' 소비 감소 불가피= 일본의 영어 언론매체 더디플로매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세입 확대가 올해 일본 국내총생산(GDP)에 2.5% 부담을 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일본 GDP 성장률이 올해 1.4%로 낮아지고 내년에는 성장률이 1%로 더 떨어진다고 내다본다. 가계지출은 일본 GDP의 60%를 기여한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최근 설문조사한 결과 "소비세 인상 이후에도 현재 지출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51%로 나왔다. "지출을 줄이겠다"고 답변한 비율은 44%였다. '절반이 찬 컵' 같은 결과다. 소비자 절반의 지출이 유지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40% 넘는 소비자가 씀씀이를 줄이겠다고 한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

일본 정부도 예상하는 것처럼 4월 이후 내수 감소는 불가피하다. 관심은 그 폭이 어느 정도일까에 맞춰진다. 재팬타임스는 최근 낙관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금 부담 증가 외에 연금 보험료 상승과 혜택 감소가 일본 가계의 지출여력을 7조5000억엔 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팬타임스는 엔 약세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호주머니가 더 가벼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쿠라이 시게키 일본 자동차딜러협회 회장은 "4월 이후 판매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더디플로매트는 전했다. 사쿠라이 회장은 올해 연간 신차 판매가 10% 가까이 급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비자들이 세금 인상 전에 구매를 앞당겼지만 이후 판매가 뚝 끊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1월 백색가전 매출은 10년 중 최고를 기록했고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급증했다.

◆"회복 궤도 이탈하지 않는다"= 제스퍼 콜 JP모건 일본지사 리서치본부장은 "아베노믹스는 끝나지 않았다"며 낙관론을 피력했다.

콜 본부장은 더디플로매트에 "최근 GDP 통계를 보면 내수가 골고루 성장한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아베노믹스 첫 9개월 동안에는 소비자와 주택 부문만 활발했는데 이제 기업 투자가 힘을 보태기 시작했고 중소기업 부문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 대출이 지난 4개월 동안 플러스로 돌아섰는데 이는 6년 중 처음이며 기계주문 같은 지표도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출 증가가 빨라지고 노동시장이 빠듯해지면서 실업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1997~1998년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4월 공무원 급여 8% 인상과 함께 기업 부문에서도 임금을 올려주기로 해 소비세 인상의 충격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채 투매 시나리오 경고= 일본 국가부채는 지난해 1000조엔에 육박하며 GDP의 240% 수준에 이르렀다. 주요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2020년에 재정을 흑자로 돌려놓는다는 목표를 잡았지만, 재무성조차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 정부의 재정적자는 위기를 겪은 남유럽 국가와는 성격이 다르다. 남유럽 국가가 발행한 국채는 외국인이 많이 보유했고, 해당 국가 재정적자가 확대되자 외국인이 국채를 매각하면서 재정위기가 촉발됐다. 남유럽과 비교해 일본 국채는 대부분 일본에서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외국인이 보유한 일본 국채는 84조엔 규모로 집계됐다. 비율로는 전체 잔액 960조엔의 8.7%에 그치는 수준이다.

일본 국채의 위험이 커지는 것은 역설적으로 아베노믹스가 효과를 거둘 때라고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분석했다. 아베 정부는 물가를 올리면서 경제를 성장시켜 일본을 디플레이션에서 구해내면 재정적자는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물가가 상승하면 일본 국채는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투자 매력을 잃게 된다. FT는 표면금리가 1.5%인 10년 만기 일본 국채는 물가하락률을 1%로 치면 실질수익률이 2.5%에 이른다고 예를 들었다. 물가가 2% 오르면 이 국채의 실질수익률은 마이너스 0.5%가 된다.

현재 일본 국채 가격은 일본중앙은행(BOJ)이 떠받쳐주고 있다. BOJ가 일본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를 중단할 경우 국채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 양적완화로 아베노믹스를 돕기로 약속한 BOJ가 언제까지 지원사격을 계속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BOJ는 현재 자산의 80여%를 일본 국채로 보유 중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55%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일본 국채에 대한 매도 공세가 벌어져 일본 국채시장이 붕괴하고 수익률이 치솟으며 엔화가 폭락한다는 시나리오도 돌고 있다. 투자자문회사 후지마키 재팬 대표이사로 지난해 7월 참의원(상원)에 진출한 후지마키 다케시 의원이 이 경고를 내놓았다.  

국채를 사들여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며 아베노믹스를 돕기로 약속한 BOJ가 언제까지 지원사격을 계속할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BOJ는 현재 자산의 80여%를 일본 국채로 보유 중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55%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일본 소비세 인상이 성공할지 관건은 소비자가 쥐고 있다. 하지만 국채시장의 움직임도 변수로 지켜봐야 할 듯하다.

증세는 어느 나라에서나 정권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이다. 과거 일본에서는 두 총리가 경제에 소비세 부담을 지웠다가 물러났다. 소비세에 다른 요인이 가세하면서 경기가 꺾이자 민심이 등을 돌렸다.

현행 5%인 일본 소비세율은 1997년에 상향됐다. 이전 세율은 3%였다. 그 전해 재선에 성공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 총리가 자신만만하게 인상을 단행했다. 일본 경제는 1996년에 5년 중 최고치인 2.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불황에서 탈출하는가 싶던 일본 경제는 다시 뒤로 미끄러졌다. 일본 경제는 1998년 2% 위축됐다. 하시모토 총리는 그해 7월 자민당이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져 다수당 자리를 빼앗기면서 실각했다.

앞서 소비세를 도입한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총리도 역풍을 피하지 못했다. 다케시타 총리는 1988년 회복세를 보인 경제의 체력을 믿고 3%의 소비세를 1989년 4월1일부터 시행했다. 부동산 거품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였다. 소비세 부과와 함께 경기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정치권 불법자금 스캔들인 리쿠르트 사건이 터졌다. 다케시타 총리는 소비세 시행 두 달만에 물러났다. 이후 일본은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유례 없는 장기불황의 늪에 빠졌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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