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KT ENS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지난달부터 사기대출 관련한 지점과 본점 여신부까지 감사를 진행한 결과 내부공모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한 상태다.
이에 관련 은행들은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언론 동향과 수사 당국의 조사 과정을 살피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사기대출의 주범들이 은행권 관계자들과 상당한 친분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은행들은 언제 터질지 모를 사태에 긴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본 한 은행의 관계자는 "자체적인 감사를 통해 내부 직원이 연루된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면서도 "지인들과의 인맥을 통해 경찰이나 금융감독원의 동향을 조심스레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서도 연루자가 나온 상황이라 솔직히 은행에서 공모자가 없었다고는 단언하기 쉽지 않아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 직원의 공모 여부는 향후 배상 책임이 법정공방으로까지 번질 경우 책임소재를 가릴 중요한 잣대이기도 하다. 대출 은행들은 사기대출의 1차 책임이 내부 통제를 소홀히 한 KT ENS에 있고, 만약 대출상환이 안될 경우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한 KT가 갚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KT ENS는 직원 개인의 비리인 데다 은행들이 대출서류 확인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책임이 더 큰 만큼 상환 의무가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의 한 인사는 "은행과 KT 양측 모두 이미 법적 싸움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 은행 직원의 공모 여부가 가장 큰 포인트가 될 수 있다"며 "만약 은행 내부자 가운데 대출사기에 가담한 인사가 나올 경우 대출금을 회수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신뢰성 문제로 확산되면 무형손실까지 더해져 피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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