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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의 골프파일] "좋은 골퍼, 나쁜 골퍼, 이상한 골퍼"

최종수정 2016.12.26 12:42 기사입력 2014.03.1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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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빅레이디스 최종일 짜증과 자학 끝에 자멸한 스테이시 리 브레그만.

볼빅레이디스 최종일 짜증과 자학 끝에 자멸한 스테이시 리 브레그만.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세계랭킹 2위 수잔 페테르센은 다혈질로 유명하다.

박인비와 올 시즌 첫 맞대결을 펼친 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 최종일 그 기질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1번홀에서 버디퍼팅이 빗나가자 사진을 찍었던 갤러리를 노려보더니 3번홀에서는 짧은 파 퍼팅을 놓치자마자 캐디를 쳐다봤다. 페테르센은 그래도 분이 안풀렸는지 그린을 벗어나면서 퍼터를 골프백에 내동댕이쳤다. 정말 '나쁜 골퍼'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는 스테이시 루이스,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에서는 스테이시 리 브레그만이 대표적이다. 항상 화가 나있는 표정이 동반자는 물론 갤러리까지 불편하게 만드는 선수들이다. 브레그만은 특히 '우즈 조카' 샤이엔 우즈가 우승한 지난달 9일 볼빅레이디스 최종일 샷을 할 때마다 한숨을 내쉬는 등 스스로 멘탈을 무너뜨린 끝에 결국 초반에 자멸했다. 참 '이상한 골퍼'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버바 왓슨(미국) 역시 지난달 3일 피닉스오픈 최종일 마지막 18번홀에서 연장전에 합류할 수 있는 1.5m 파 퍼팅을 놓친 뒤 캐디에게 불만을 터뜨리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샷에 대해서 캐디와 협의하지만 최종 결정은 본인이 내린다는 점에서, 그것도 1.5m 퍼팅 결과에 대해 캐디 탓을 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사실 프로골프투어에서 선수들이 갤러리의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신의 샷에 불만을 터뜨리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타이거 우즈도 예전에 그랬다. 샷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골프채를 던지고, 퍼터로 그린을 내리찍기 일쑤였다. 당시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는 한 술 더 떠 갤러리를 윽박지르고, 종래에는 카메라를 빼앗아 연못으로 던지는 과잉충성까지 곁들였다.
우즈는 그러나 승수가 쌓일수록 보다 겸손해졌고, 그 결과 더욱 강해졌다. 알렉스 트레니오프스키는 '타이거 우즈 성공철학'이라는 책에서 "우즈가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어머니 티타 우즈의 영향을 받아 불교를 통해 마음을 다스렸다"고 설명했다. 불교의 영향까지는 모르겠지만 우즈는 실제 실전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섹스스캔들'로 곤욕을 치른 뒤에는 팬서비스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좋은 골퍼'가 되고 있는 셈이다.

박인비가 '좋은 골퍼'의 백미다. 샷의 결과와 상관없이 늘 편안하다. 월드레이디스 우승 직후 페테르센의 짜증에 대해 묻자 "우승 경쟁자의 표정 변화나 화를 내는 모습은 오히려 (내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고 했다. '침묵의 암살자(Silent Assassin)'라는 무시무시한 애칭이 그냥 붙여진 게 아니다.

아마추어골퍼들도 마찬가지다. 페테르센처럼 화를 내거나 왓슨처럼 캐디 탓을 하거나 브레그만처럼 자학을 하는 '나쁜 골퍼'나 '이상한 골퍼'가 되지 말아야 한다.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다. 잘 맞은 공이 디봇에 있거나 벙커의 공이 발자국 속에 있을 때, 1m도 안되는 퍼팅이 홀을 돌아 나올 때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골퍼가 어디에 있을까. 그래도 노력해야 한다. 그게 우리가 골프를 하는 궁극적인 목표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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