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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기의 노력이 무색한 영화 '몬스터'(리뷰)

최종수정 2014.03.13 18:16 기사입력 2014.03.1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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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기의 노력이 무색한 영화 '몬스터'(리뷰)

[아시아경제 e뉴스팀]배우 이민기가 야심차게 준비해온 영화 '몬스터'(감독 황인호)가 13일 개봉됐다. 그런데 배우의 이 같은 노력은 예고편에서만 빛을 발한 듯하다.

'몬스터'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마 태수(이민기 분)와 그에게 동생을 잃은 미친 여자 복순(김고은 분)의 끝을 알 수 없는 추격을 담았다.
황인호 감독은 "추격 액션 미스터리 등에 집중하기 보다는 각 캐릭터에 초점을 맞췄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실제로 영화는 각각의 캐릭터들을 그려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태수와 복순 외에도 좀 기괴한 태수의 가족들, 복순과 얽히게 되는 귀여운 어린 소녀, 어딘지 어설퍼 보이는 깡패들이 등장해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 웃음은 엔돌핀이 도는 미소가 아니다.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실소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구성 자체가 조금 복잡하다. 복순은 사랑하는 동생 은정(김보라 분)을 죽인 살인마 태수를 쫓다가 나리(안서현 분)와의 관계에 집착한다. 나리는 태수가 형 익상(김뢰하 분)의 부탁을 받고 죽인 여성의 동생이다. 그가 태수를 피해 도망쳐온 집이 산골짜기에 있는 복순의 집이다.
결국 은정은 나리를 찾아나선 태수의 손에 죽게 된다. 따지고 보면 복순은 나리 때문에 동생을 잃은 셈이다. 그래서 나리는 미움과 증오의 대상이다. 하지만 나중엔 복순에게 은정을 대신하는 동생이 된다.

물론 이런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기 힘든 건 아니다. 둘 다 부모없이 자매끼리 자랐고 한 명은 언니를, 다른 하나는 동생을 잃었다. 남겨진 두 사람이 자매의 연을 이어가는 것은 제법 그럴싸한 구성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중요한 태수와 복순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
예고편을 보면 두 사람은 서로 증오하고 쫓고 쫓기며 긴박감을 형성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런 긴장감 따위는 찾아보기 힘들다.
후반부로 갈수록 복순과 나리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스릴러보다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하고, B급 유머들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극 초반, 복순의 꿈 속에서 할머니 얼굴이 태양에 합성돼 있는 모습은 관객들의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텔레토비'(영국 BBC 방송의 유아프로그램)를 보고 있는 것같은 느낌이 든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욕설 노래도 거슬리긴 마찬가지다. '잡X'이란 가사를 영화 내내 김고은이 입에 달고 살지만 이유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복순이가 욕을 잘 하게 된 정황을 뒷받침해주는 장치였던 걸까.

황인호 감독은 전작 '오싹한 연애'를 통해 '호러 로코'(공포물과 로맨틱 코미디)란 새 장르를 개척했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스릴러와 코믹 요소를 적절히 버무린 '두 얼굴의 여친' '시실리 2km' 등의 시나리오를 맡아 스토리텔링의 귀재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그러나 '몬스터'를 연출하면서는 욕심을 너무 부린 듯하다.

이민기는 몸을 만들고 희번덕거리는 눈빛을 자랑하며 살인마 역할에 몰두했다. 덕분에 그간 쌓아온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영화의 성패와 상관없이 배우로서는 얻을 것이 있으리라 짐작된다.

좀 더 큰 문제는 김고은이다. 전작 '은교'로 영화제를 휩쓸며 영화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속된 말로 '미친 X'을 연기했지만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복순을 연기한 김고은이 조금 더 미쳤어야 했던건지, 아니면 캐릭터 자체가 가진 힘이 약했던 건지는 당사자들만 아는 문제다. 결론적으로 싱그러운 '은교'의 이미지를 벗고자 한 의도는 좋았지만 그 끝은 조금 미약했다.

e뉴스팀 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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