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영(오른쪽)과 마이클 스위프트[사진=정재훈 기자]

브라이언 영(오른쪽)과 마이클 스위프트[사진=정재훈 기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고양=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어른한테 돈 받는 날이잖아. 오래 기다렸어." 푸른 눈의 사내들은 들떠 있었다. 아이스하키 실업팀 하이원의 브라이언 영(28)과 마이클 스위프트(27)다. 그들은 설날이 다가온다며 누구에게 세배를 할지 고민했다. "김윤성(43) 감독, 신의석(38) 코치, 또 누가 있더라."


두 선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캐나다 출신으로, 대한체육회의 추천을 받아 21일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에서 국적을 취득했다. 2010년 5월 도입된 우수인재 특별귀화 제도의 절차를 밟았다.

영과 스위프트가 한국 국적을 얻기는 쉽지 않았다. 귀화 심사를 앞두고 예상 질문지를 뽑아 달달 외웠다. 스위프트는 한국어가 어려웠다. "난이도가 한국 문화 정도만 됐어도 쉽게 준비했을 거다." 지난해 2월 한 번 낙방을 한 영도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이들이 배우는 수준이라는데 너무 어렵더라." 그때 정성인 통역이 끼어든다. "욕은 단번에 외웠잖아." 두 선수는 입을 모아 "바보"라고 했다.


두 선수가 운동과 공부를 병행한 이유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나가기 위해서다. 4월 고양에서 열리는 2014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A그룹 대회에 대한민국 선수로 출전할 예정이다. 두 선수의 가세로 대표 팀은 한층 짜임새 있는 경기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영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에드먼튼 오일러스에서 17경기를 뛴 수비수다. 대인 방어와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파워 플레이(상대 선수 일시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세 상황)에서 공격에 힘을 보태기도 한다. 올 시즌 아시아리그 정규시즌에는 30경기에서 7골 14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스위프트는 키가 175㎝로 아이스하키 선수로서는 크지 않다. 그러나 빠르고 지능적인 경기를 한다. 지난 시즌까지 2년 연속 아시아리그 공격 부문 3관왕(득점ㆍ어시스트ㆍ포인트)을 차지했다. 올 시즌에는 31경기에서 33골 25어시스트를 올리고 있다.


브라이언 영(왼쪽)과 마이클 스위프트[사진=정재훈 기자]

브라이언 영(왼쪽)과 마이클 스위프트[사진=정재훈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둘은 이미 실전 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지난달 7일 고양에서 열린 카자흐스탄과의 친선경기에 출전, 대표팀이 2-2 무승부를 기록하는 데 기여했다. 김윤성 하이원 감독은 "대표 팀의 전력을 20%가량 올려놓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다만 국내 출신 선수들과의 호흡이 관건이라고 보았다.


두 선수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스위프트는 "한국 출신 선수들과 함께 할 준비가 돼 있다. 그들과 어울리는 것은 경기력만큼 중요하다"고 했다. 영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올림픽 출전권 획득은 한국이 내게 준 임무다. 조력자가 되겠다. 경험과 실력을 공유하며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겠다."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올림픽 종목은 대부분 개최국에 자동 출전권을 부여한다. 아이스하키는 다르다. 세계랭킹 12위권에 들어야 한다. 지난해 25위를 기록한 한국 대표 팀은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의 배려로 '18위권 내 진입'으로 조건이 완화됐다. 그래도 목표를 이루려면 디비전 1A그룹 대회에서 3승은 거둬야 한다. 만만한 상대는 없다. 오스트리아(15위)ㆍ슬로베니아(17위)ㆍ헝가리(19위) 등 강한 팀을 상대한다. 김윤성 감독은 "스위프트와 영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AD

스위프트는 대회를 잔뜩 벼르고 있다. "아이스하키를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내가 열심히 하면 동료들도 자극을 받지 않을까. 몸이 부서져라 뛰겠다." 영의 각오 역시 남다르다. "올림픽은 모든 선수들의 꿈이다. 꼭 출전권을 얻어 대한민국과 기쁨을 함께 하겠다."


운동 때문에 선택한 귀화지만 한국에 대한 애정은 작지 않다. 스위프트는 최근 스위스리그 구단의 입단 제의를 거절했다. "수준 높은 리그지만 한국이 좋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빨리 한국 여성을 만나 결혼해야겠다.(웃음)" 기혼자인 영은 "아이스하키 관련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면 한국에 살고 싶다. 아내도 이곳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정재훈 사진기자 roz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