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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개인정보 1억건 유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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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요즘 즐겨보는 미국 드라마가 있다. 미 해군과 해병대에 연루된 범죄들을 해결하는 특수수사팀의 이야기를 다룬 'NCIS'다. 며칠 전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송된 이 드라마 시리즈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주인공인 수사반장 깁스는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중에 한 상원의원으로부터 도움을 요청받는다. 이 의원은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누군가 자신을 모함하기 위해 꾸민 사건이라며 억울해 했다.
깁스와 이 의원은 과거 젊은 시절에 특수부대에서 함께 근무하며 걸프전 등 전쟁터에서 생사를 함께 한 전우 사이다. 깁스도 그가 모함을 당한 것이라고 생각돼 무거운 마음으로 신중하게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전우는 그를 믿으려 했던 깁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가 범인이었던 것이다. 깁스는 거짓말이 탄로난 그에게 결국 수갑을 채웠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믿음(Trust)과 신의(Loyalty), 그것은 중요한 덕목들이다".

올해가 보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국내 금융권에는 고객들의 믿음을 저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KB국민ㆍNH농협ㆍ롯데카드 고객 1억400만명의 개인정보가 불법으로 유출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외국계 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털사에서도 최대 수십만건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13일 은행과 카드사, 캐피털사 등 71개 금융회사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와 개인정보관리책임자(CPO)들, 5개 금융협회 관계자들을 긴급 소집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의 정보보안 실태에 대해 본격적인 실태점검에 나선 것이다.

금융사에게 신뢰는 생명과도 같다. 최근 중장기 비전을 발표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금융업의 본질을 '신뢰'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금융의 시작은 돈과 재산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에서 시작됐다"며 "이러한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그 기업이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회장은 새로운 핵심가치로 다섯 가지를 예를 들면서 그 기반은 정직성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도 올해 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금융사가 도덕성을 잃게 될 경우의 위험과 책임감을 언급했다. 한 회장은 "금융은 본질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렇게 생각하면 금융이 도덕성을 상실하고 도를 넘은 탐욕을 통해 결국 금융위기를 불러온 것에 대해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지난해 고객과의 신의를 깨는 사건들이 잇따랐다. 동양그룹 사태와 KB국민은행 금융사고 등은 대표적인 예다. 최고경영자들이 고객들에게 머리를 숙이며 사과했지만 한 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최근에 발생한 카드사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도 마찬가지다. 최고경영자들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고객들에게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과 큰 노력이 필요하지만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특히 신뢰가 추락하면서 발생하는 금융사의 유무형적인 피해는 기업의 가치나 연속성에 큰 위험으로 작용하게 된다. 올 한해에는 금융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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