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교육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는 사례는 얼마 전 우리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있었다. 지난 6일 서울 천호동 소재 성덕고등학교. 강단에 선 박종규 우리자산운용 사장은 "엑소(EXO)나 빅뱅이 아니라 실망했어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강의를 시작했다. 펀드ㆍ재테크 등 어려울 수 있는 투자 이야기를 쉽게 풀어나갔다. 강의 중간중간 퀴즈를 내고는 문화상품권도 나눠줬다.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한 학생은 "이제 곧 대학생이 되거나 사회로 나가는 우리들에게 소중한 강의였다"면서 "지금부터 재테크에 대한 계획을 짜야겠다"는 말로 강의 후기를 남겼다. 지난 3~20일 박 사장을 비롯 내로라하는 금융투자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이처럼 고교생을 대상으로 릴레이 재능기부 행사를 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빠른 성장을 거뒀다. 이면에는 사회양극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상위 1%가 대한민국 국민 전체소득의 16.6%를 가졌고, 상위 20%가 전체소득의 47.6%를 차지하고 있다. 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1990년대 국민 100명 중 75명꼴이었던 중산층 규모는 해마다 줄었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 100명 중 67명꼴로 감소했다. 이는 소비의 중요한 주체인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구매력 약화를 초래했고, 결국 경제여건이 쉽게 활로를 찾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화정책의 신(神)의 손'으로 불리던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001년 한 강연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주식 등의 고수익ㆍ고위험 금융자산과 금융지식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소득격차로 직결된다. 따라서 초중등학교 때부터 기초적인 금융지식을 가르쳐야 한다. 조기 금융교육은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금융지식의 격차가 양극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다. 가난이 대물림 되듯이 금융지식의 격차가 다음 세대까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김종수 증권부장 kjs33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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