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5일 오후 4시께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기다렸던 낭보가 들려왔다. '김장문화'가 지난해 '아리랑'에 이어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문화나 예술이 세계적으로도 보존 받고 이어져야 할 만한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뜻에서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한편에선 조금 '당당하지 못한' 마음이 있었다. 유네스코에서 '한국인들이 김치를 만들어서(김장) 같이 나눠먹는' 그 문화를 높이 평가했다고 하는데, 정작 한국인인 나는 서른 살이 넘은 지금껏 어머니가 택배로 부쳐주는 김치를 열심히 먹어온 기억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조금만 주변을 둘러봐도 유네스코가 인정한 '김장문화'는 50대 이상의 어른들만이 지켜오거나 누려온 문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김치 명인'을 만나 들었던 이야기도 떠올랐다. 그는 김치 세계화, 김치 인류문화유산 등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김치맛이 형편없어졌으며 가정마다 김치를 사먹는 게 일반화되면서 '김장문화'의 핵심을 잃어간다고 지적했다. "외국에서 열리는 김치 전시회를 가보면 소금맛밖에 나지 않는다.", "이제 시장에서 김장배추를 사러온 이들은 구부정한 할머니들밖에 볼 수 없다" 고도 했다.
일본의 '기무치'가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우리 김치를 모방ㆍ가공해 상품화하면서 "우리 김치를 일본에 빼앗긴다"는 자탄이 나온 지는 이미 오래됐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우리 김장문화가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은 김치 종주국의 위상을 되찾아오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자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를 잘 해내야 한다. 그것은 우리 김치와 김치문화에 좀 더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김치의 맛을 더욱 잘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유네스코 등재는 그러므로 한국 김치에 대한 응원과 격려이자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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