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SC銀 '우리도 HSBC처럼?'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한국 지점 축소 소식에 직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 7월 개인금융에서 손을 뗀 HSBC처럼 지점 축소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부를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당시 한국HSBC는 현원의 30% 수준이던 230명을 구조조정 대상에 올렸다.
SC은행 측은 "HSBC와 달리 아직 본사 지침이 확정되지 않았고, 감원 계획도 없다"고 밝혔지만, 국내 지점 100여곳이 문을 닫게 돼 장기적으로 감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SC은행 본사는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연례 '투자자의 날' 행사를 열고 "한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지점 수를 25%정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소매금융 시장에서의 실패를 인정하고, 기업금융에 주력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SC은행의 국내 지점은 350곳 안팎으로 본사의 방침에 따르면 여기서 100여 곳이 문을 닫는다. SC은행 측은 "고객 10명 중 9명이 인터넷이나 모바일 뱅킹을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지점 폐쇄 방식이나 일정은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는 게 한국 SC은행의 설명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지점 수를 줄인다는 방향은 잡혔지만,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어떤 절차를 밟아 외형을 줄일지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현재로선 구조조정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다. 2011년 이후 명예퇴직을 통해 800명을 줄인만큼 당장은 감원이 필요치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100여곳에 이르는 지점이 폐쇄될 경우 인력 재배치만으로는 추가 수요를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본격적인 지점 폐쇄에 앞서 한국 SC은행도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임원과 상위 매니저의 임금을 묶고, 행장 직속 경영전략팀을 해체하는 등 본부의 규모를 대폭 줄일 계획이다.
리처드 힐 한국SC 은행장은 최근 전직원 대상 'CEO 토크' 통해 "5년 전 제일은행을 인수할 때 한국 은행업의 ROE(자기자본이익률)는 18%였지만, 이젠 4% 아래로 급락했다"면서 이런 계획을 밝혔다.
같은 작업의 일환으로 정규직 창구 직원들은 앞으로 고객을 찾아가 은행 업무를 처리해주는 영업개발컨설턴트(BDC) 업무를 맡게 된다. 종전엔 대출모집인들이 해온 일이다. 지점 폐쇄 이후 상당 수 인력은 BDC로 배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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