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대교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 참여한 캘리그래피스트 강병인씨


강병인 캘리그래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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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내 인생의 봄날은 언제나 지금이다.'


지난 5일 '생명의 다리'로 조성된 한강대교에 캘리그래피스트 강병인 씨가 남긴 문구다. 강병인 작가는 도서 '행복한 이기주의자', 드라마 '대왕세종'과 '엄마는 뿔났다'의 타이틀 로고를 직접 쓴 주인공이다. 참이슬의 BI, 갤럭시노트의 손글씨 등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곳에 그의 손길이 닿아있다. 캘리그래피는 '아름답게 쓰다'라는 뜻으로 서예에 작가의 감성을 불어넣어 디자인이 가미된 서체를 말한다.

서울시와 삼성생명, 한국건강증진재단이 기획한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는 한강대교에 명사 44인이 희망의 메시지를 기록하는 작업이다. 강병인 작가도 힘을 보탰다. 그는 "자살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며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라며 "생각을 달리 하는 사람의 마음을 글씨로 어떻게 돌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봄날이라는 표현을 좋아하는 이유는 웅크렸던 것들이 다시 생명을 찾기 때문"이라며 "내 글씨를 보고 '되살아나는 기운'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강병인 캘리그래피스트가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에 남긴 글귀

강병인 캘리그래피스트가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에 남긴 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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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캘리그래피 영역의 개척자로 통하는 강 작가에게도 혹독한 계절이 있었다. IMF 당시 운영하던 디자인회사가 문을 닫았고 직후에는 동생에게 500만원을 빌려 디자인 잡지를 개간했으나 2년여만에 폐간됐다. 인생에서 바닥을 쳤다고 자평하는 시기였지만 '언젠간 봄날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봄날'이라는 단어가 그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 이유에 대해 "아무리 추운 겨울도 지나면 봄이 오듯 마음 먹기에 따라 인생, 인간관계, 세상이 달라진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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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지은 '영묵(永墨)'이라는 호가 그의 인생을 설명해준다. 작업실에 깊이 배인 먹냄새, 깨끗하게 씻어둔 벼루와 가지런히 걸린 붓들, 포스터와 우산, 티셔츠, 화선지까지 소재를 가리지 않고 그의 손길이 묻은 작품들에서 오랜 여정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는 "한글디자인이 단순하고 못났다는 편견을 버리고 싶었다, 한글이 이렇게 아름다워 질 수 있으니 한번 보라는 마음이었다"고 캘리그래피스트의 길을 걷게 된 연유를 밝혔다.


지난 2010년부터 준비중인 '한글세움 프로젝트'도 같은 연유로 볼 수 있다. 한글을 조형물로 만들어 길에 세우겠다는 목표로 추진중인 프로젝트다. 국적없는 조형물 대신 의미있고 친근한 한글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한국을 찾는 이들에게 한글이 가진 조형성과 서예의 예술성을 전파하겠다는 취지다. 거리에서 한글을 '입고' 한글이 '걸어다니기도 하는', 그런 미래를 강씨가 꿈꾸고 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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