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뉴욕의 금융 시장이 '버냉키 시소 놀이'에 또 울고 웃었다. 뉴욕의 월가는 10일(현지시간) 오후에 나올 두가지 소식에 주목했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지난 6월 회의록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강연이었다.

회의록은 뉴욕 증시 마감 이전에 나왔다. 그런데 시장과 분석가들은 6월 회의록을 받아들고 해석에 애를 먹었다.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회의록은 FOMC의 많은(many) 위원들이 850억달러(96조1775억원)규모의 채권 매입을 규모를 줄여 나가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또 상당수 위원들은 양적 완화 축소는 고용상황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하고 실시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동시에 두가지 메시지가 나온 셈이다. 실제로 시장은 회의록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다우 지수도 4 거래일 연속 상승에 따른 부담감을 보이며 8.68포인트(0.06%) 떨어진 1만5291.66에 마감했다.


하지만 증시 마감 직후인 오후 4시부터 버냉키 의장의 전미 경제연구소(NBER) 주최 강연 내용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 달 19일 FOMC 회의 이후 브리핑에서 버냉키 의장은 양적 완화 축소가 연말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며 출구전략을 공식 언급했다.


그의 발언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특히 채권금리 급등으로 채권시장은 패닉상태가 됐다.


그런데 이날 버냉키는 매(강경파)가 아니라 다시 비둘기(온건파)로 돌아왔다. 그는 강연후 가진 질의 응답과정에서 미국 경제에는 아직 경기 부양을 위한 강력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FRB는 양적 완화를 통해 실업률 6.5%와 인플레이션 2%대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천명해왔다. 그런데 버냉키는 이날 현재의 7.6% 실업률도 부풀려진 측면이 있고,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는데도 한참 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금융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연말로 예고했던 출구전략 계획도 수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버냉키는 특히 채권시장을 의식한 듯 "실업률이 6.5%에 도달해도 기준금리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기준 금리 인상은 몇년이나 지나서 가능하다는 메시지로 시장 강력한 안정제를 놓은 셈이다.


버냉키의 '화끈한' 발언은 앞서 공개된 FOMC의사록에 대한 해석도 '고용 개선 확인이 우선'이라는 신중론쪽으로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시장은 버냉키의 발언에 즉각 반응을 보였다. 증시 장 마감후 다우지수 선물은 54포인트 넘는 상승을 기록했다. 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 선물도 각각 5.9 포인트, 27.5 포인트씩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달러도 약세로 반전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99.68엔까지 거래되며 100엔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버냉키 의장과 FRB 위원들의 말 한마디에 시장이 등락을 거듭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많다. 시장이 실물에 바탕을 두지 않고 FRB의 정책 방향에 너무 의존할 경우 왜곡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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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버냉키는 자신의 발언 수위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는 "현재 FRB가 시행하고 있는 향후 정책 경로를 미리 설정하는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 는 이제 (중앙은행의) 국제적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자신과 FRB가 목표로 두고 있는 출구 전략의 방향성에서 시장이 이탈할 경우 선제적으로 대응해 조정해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가 시장을 자신의 의도대로 질서있게 출구로 유도해갈 지는 또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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