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틈새 아르바이트
하루 3시간 필요할 때 일해 장점
연금으로 부족한 노후 대비책으로도 떠올라

조금만 버티면 5월 황금연휴가 다가옵니다. 일본도 이 시기 일주일 넘는 연휴 '골든 위크'에 들어가는데요. 이 시기 해외로 향하는 분들도 많으시죠. 그런데 일본에서는 최근 유류할증료와 물가 상승 여파에 망설이는 분이 많아 보입니다.


오히려 이 시기에 반짝 일해서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몇 시간만 일하면 당일 일당을 받는 틈새 아르바이트, '스키마 바이토(スキマバイト)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연휴에도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스키마 바이토를 하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도대체 어떤 일이길래 이렇게까지 사람이 몰리는 것일까요? 이번 주는 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앱 하나에 가입자 수 1200만명…5월 연휴에 "일하겠다"

일본의 틈새 아르바이트 애플리케이션(앱) 셰어풀은 지난 21일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골든위크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57.4%가 골든위크에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밝혔어요. 이는 지난해(42.6%)보다 더 증가한 수치입니다. '여유롭게 보내겠다'는 응답은 37.8%로 2위를 이었다고 해요. 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모두 알바만 하는 '프리터족'이냐, 그것도 아닙니다. 이 앱을 이용하는 사람 중 가장 많은 고용 형태는 파견직이었고, 그다음이 계약직과 학생이라고 합니다.


골든위크 기간에 일하는 이유로는 '더 많이 벌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물가 상승에 대한 여파가 영향을 미쳤음을 추측할 수 있죠. 엔화 약세에 중동 사태로 에너지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일본에서는 식료품과 외식, 교통비까지 전반적인 생활비 부담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틈새 아르바이트 애플리케이션(앱) 셰어풀의 화면. 일본 전역에서 다양한 종류의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있다. 셰어풀.

틈새 아르바이트 애플리케이션(앱) 셰어풀의 화면. 일본 전역에서 다양한 종류의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있다. 셰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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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틈새 아르바이트로 어떤 일을 하게 될까요? '하루 3~4시간씩, 사흘만 근무해달라'는 식의 초단기 일자리가 주류를 이룹니다. 종류도 다양한데요. '체력이 된다면 누구나 가능하다'며 이삿짐센터에서 인력을 모집하기도 하고, 편의점 진열 정리나 물류센터 분류 작업, 음식점 서빙·설거지 등 단순 업무 구인 글도 올라옵니다. 나아가 회계, 비서, 간병이나 요양 등 전문적인 분야도 하루 2~3시간만 일할 사람을 구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빈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들입니다.

이런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의 성장세도 눈에 띕니다. 조사를 진행한 앱 셰어풀은 2019년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현재 가입자 수가 1200만명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이용자가 늘고 있는데요. 물가 상승 속에서 '잠깐이라도 더 벌자'는 수요와 인력난을 겪는 기업의 필요가 맞물리면서 틈새 아르바이트 시장은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입니다.

은퇴 후 중·장년에게 주목받는 틈새 알바…90세도 일한다

틈새 아르바이트는 청년층뿐 아니라 은퇴 이후 중·장년에게도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또 다른 틈새 아르바이트 중개 앱 '타이미'에 따르면, 60세 이상 이용자는 지난해 4월 기준 약 30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2배 늘었다고 해요. 최고령 이용자는 무려 90세였다고 합니다.


이들이 주로 선택하는 일은 체력 부담이 비교적 적은 '경량 작업'이 61.3%로 가장 많았고, 식음료 분야 접객(35.9%), 호텔 업무(16.9%) 등이 뒤를 이었다고 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묶이지 않고, 원하는 날에만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시니어층에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틈새 아르바이트 어플 '타이미'에서 소개하는 요양업계 틈새 아르바이트 구인글. 타이미.

일본 틈새 아르바이트 어플 '타이미'에서 소개하는 요양업계 틈새 아르바이트 구인글. 타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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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요양업계가 중장년층을 적극적으로 고용하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고령자를 담당할 인력이 항상 부족하기 때문이죠. 후쿠오카에 본사를 둔 요양시설 운영기업 '창생사업단'은 일본 수도권 240개 요양시설에서 배식, 세탁, 청소 등을 맡는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조건을 '60세 이상'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죠.


이렇듯 우리나라보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일찍 진행된 일본에서는 고령층의 '일하는 노후'가 꽤 일상적인 풍경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일본 온라인 매체 JB프레스는 배경에 연금과 물가 격차가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봄 일본의 임금 인상률은 3년 연속 5%를 넘었는데요. 대신 공적 연금 인상률은 국민연금이 1.9%, 후생 연금이 2.0% 수준에 그쳤다고 합니다. 지금 일하는 세대의 보험료 부담을 고려해 무한정 인상할 수 없기 때문이죠. 여기에 75세 이상은 건강보험비의 20%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합니다. '연금만으로는 살 수 없다'라는 인식 속에서 부담 없이 일하는 틈새 아르바이트가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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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일본은 짧은 시간이라도 일해 소득을 보충하는 것이 하나의 생활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편하게 쉬는 노후'에서 '일하는 노후'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죠. 이런 모습은 우리에게도 낯선 미래가 아닙니다. 앞으로는 평생 얼마나 자주, 오래 일할 수 있느냐가 노후의 삶을 좌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쿄(일본)=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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