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살]지분공시를 홍보게시판으로 쓴 자문사
M&A해명하는데 3000字 글 게재...금감원, 제재수단 없어 고민
[아시아경제]적대적 인수합병(M&A)전에서 공시를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나왔다. 전례를 찾기 힘든 과감한 선전전에 감독당국도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스틸투자자문은 피씨디렉트 피씨디렉트 close 증권정보 051380 KOSDAQ 현재가 2,060 전일대비 170 등락률 -7.62% 거래량 90,074 전일가 2,230 2026.05.15 14:49 기준 관련기사 [특징주]드론株 급등, 美 하원의 中 드론업체 제재에 '들썩' 피씨디렉트, 보통주 1주당 600원 현금배당 결정 피씨디렉트, 드론(Drone) 테마 상승세에 8.88% ↑ 에 대한 지분 대 변경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보유목적에 200자 원고지 15매가 넘는 분량으로 자신들의 M&A 의도와 당위성에 대해 설명했다. '스틸투자자문(Steel Partners Inc.)의 피씨디렉트 이사진 교체 선언 및 그 당위성에 대한 설명'이라는 제목을 단 글의 내용은 자신들이 피씨디렉트의 실질적 최대주주란 점을 비롯해 주주총회 소집 요구, 경영진 교체 등 총 7가지 항목으로 구성됐다.
기존 경영진에 대한 비판 외에 회사의 미래성장전략 제시, 거래 활성화를 위한 무상증자,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본사(강남 테헤란로) 이전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등기임원의 급여를 회사 순이익과 연동하라는 조항도 삽입, 현 경영진이 순이익 규모에 비해 급여를 지나치게 많이 받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서대식 대표를 비롯한 사내 등기이사 3인의 급여 총액은 9억여원으로 1인당 3억여원 꼴이다. 지난해 피씨디렉트의 순이익은 13억원이었다.
스틸투자자문은 지분공시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아낌없이 펼쳤지만 이를 바라보는 감독당국의 반응은 황당하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공시팀 관계자는 "지분공시의 보유목적란은 글자그대로 지분의 보유목적에 대해 기록하는 것"이라며 "이례적인 상황이라 금융감독원 지분공시팀에 상황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금감원 지분공시팀 관계자도 "공시를 작성하는 기본 서식이 있고, 그에 맞춰 공시를 작성해야 하는데 스틸측은 이를 어겼다"면서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 중"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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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을 지키지 않았지만 감독당국도 딱히 제재할 방법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분공시의 경우, 주체는 회사가 아니라 지분을 보유한 주주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최대주주 지분이 반대매매 등으로 변동이 있어도 주주명부를 확인한 후에야 뒤늦게 확인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이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은 어렵다. 회사는 몰랐다고 하면 그만이고, 신고 의무를 어긴 대주주는 이미 주식을 다 날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때문에 지분공시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현실적으로 일부 대주주들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까지 규정으로 모두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주주나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가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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