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또 한 번 사고를 쳤다. '대공황 전문가'로 알려진 그의 말 한 마디가 글로벌 주식시장을 요동치게 만든 것이다.


세계 각국의 주식시장은 23일(현지시간) 일본을 시작으로 줄줄이 내림세를 기록했다. 일본의 니켓이225지수가 7% 넘게 떨어지며 올해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유럽 주요국 증시도 2% 가량 빠졌다. 영국의 FTSE100지수와 독일의 DAX지수는 각각 전일대비 2.1% 하락했고, 프랑스의 CAC40지수는 2.07% 떨어졌다. 미국 1.2% 하락으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주택경기가 호전되고 있다는 지표가 나온 이후 낙폭을 줄였다. 다우존스는 0.08%, 스탠다드앤푸어스(S&P) 지수는 0.29%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증시의 동반하락은 일본중앙은행(EU)이 미 연준에 이어 양적완화 정책을 시작한 지난해 11월 이후 계속된 상승세가 처음으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로벌 주식시장의 가장 큰 악재로 버냉키 의장을 꼽았다. 버냉키 의장이 전날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에 출석해 양적완화 프로그램 축소를 언급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연준의 핵심 양적완화정책인 자산매입의 축소 시기에 대해선 밝히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몇 번의 회의(next few meetings)'에서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은 시장에 풀리는 돈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시장금리가 오르고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진 것이다.


마이클 캐스너 헬야드자산운용 대표(principal)는 "시장 변동성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버냉키 의장이 시장에서 양적완화 축소를 준비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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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T캐피털의 전략가인 데이비드 아이더는 버냉키의 발언이 미국과 일본 국채에 큰 충격을 주면서 국채 수익률이 올라가고 주가에 악재가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주식시장의 경우 같은날 발표된 중국의 제조업 관리자지수가 기준점이 50 이하로 떨어진 점도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이더는 "교훈은 시장이 중앙은행의 정책에 중독됐다는 것"이라며 "연준은 거리의 최대 딜러다"라고 분석했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을 요동치게 만든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 경제국의 중앙은행 수장인 만큼 그의 말 한 마디가 세계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엄청났다. 2005년 취임 이후 인플레이션 억제 보다는 성장을 중시하는 통화정책을 펴면서 증시를 부양해 '버냉키 랠리'라는 신조어도 만들기도 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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