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의원의 입성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무엇보다 호남 지역이다. 전통적으로 ‘야권의 심장’이라 불리어 온 곳이어서다. 현재 호남에서는 민주당의 운명이 안 의원에게 좌지우지 될지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더십’, ‘인재난’에 빠진 민주당이 안 의원 중심으로 재편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까닭에 결국 민주당과 안 의원이 기존 야권 지지층을 두고 대격돌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의원 측도 야권 정계개편의 출발점이 호남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안 의원 측 이상갑 변호사는 지난 25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의 심장인 광주와 전남에서 민주당이 리모델링 수준이 아니라 싹 헐고 다시 지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의 한계를 절감한 호남의 민심을 안 의원이 싹 흡수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같은 맥락에서 안 의원은 다음달 5·18 행사때 광주 방문을 계기로 독자 세력화의 단초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호남 민심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에 안 의원의 ‘호남다지기’가 오히려 민주당을 향한 표심을 더욱 공고히 다지며 결집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측도 “안 의원에 대한 호남의 기대감은 민주당에 입당한다는 전제에서 나오는 것”이라면서 “60년 호남에 뿌리내린 정당이 한 순간에 없어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이 당 정체성 재정립 과정에서 “중도 노선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도 안 의원을 겨냥한 조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안 의원이 중도·무당파 층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은 국회에서 ‘초선’인 안 의원의 기를 꺾겠다는 의지도 다지고 있다. 127석이라는 의석을 확보한 제1야당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안 의원의 세력화를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움직임은 당내 계파정치 청산, 인적쇄신 등 강도 높은 쇄신이 뒷받침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부터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계파간 갈등을 빚으며 안 의원 쪽으로 움직이느냐 마느냐하는 목소리만 계속된다면 민주당은 ‘이빨빠진’ 제1야당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승미 기자 askm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