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Book]폴 크루거먼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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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유에서인지 남편이 자동차 배터리를 갈아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제야 배터리를 간다면 그동안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대신 남편은 가족들에게 걸어다니거나 버스를 타라고 말한다. 그 때문에 가족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남편이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지금의 불황이 "배터리 교체만으로 해결 가능한 기계적인 문제"라고 설명한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에겐 기겁할 얘기다. 따라서 폴 크루그먼은 현재의 위기를 유동성 함정으로 판단한다. 배터리는 2000년대 중반에 터진 주택 거품,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 글로벌경제 침체로 완전히 망가졌다. 현재의 회복 추세로 본다면 앞으로 10년은 지나야 회복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이런 비극적인 상황에 대해 폴 크루그먼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그래서 당장 배터리를 교체하자는 것이다. 배터리가 교체되는 순간 불황은 즉각 해소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게임을 한방에 끝낼 수 있다는 폴 크루그먼의 새 배터리, 즉 해법은 "재정 지출 확대"다.


폴 크루그먼이 시카고학파를 위시한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주류를 형성한 세계에서 드물게 '비관론자'인 케인시언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주장이다. 폴크루그먼은 2006∼2010년 새 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극도로 거부하는 폴 크루그먼은 '싸구려 경제학'으로 치부하는 케인즈 경제학의 계승자다.

그런 그가 재정지출 확대를 처방책으로 내놓았다. 이미 대공황의 전조와 중산층의 몰락, 양극화, 신자유주의 폐해 등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해온 폴 크루그먼의 해법과 일맥상통한다. 현재 위기 해법은 대체로 각론에서 두가지로 갈린다. 하나는 양적 완화 방식이며, 다른 하나는 부자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다. 그러나 결국 재정지출을 늘려야한다는 결론은 같다. 무엇을 통해서 재정지출을 늘려야하느냐의 차이다. 대체로 비관론적 태도를 취하는 케인즈적인 학자들은 양적 완화가 가져올 인플레이션 등의 결과를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다.


폴 크루그먼의 저술 "지금 당장 불황을 끝내라"는 가장 최근 발표한 것으로 이 책에서 양적 완화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결코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또한 이 책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계속해서 경기부양책을 밀어붙여야한다는 주장의 정당성으로 가득차 있다. 특히 "긴축재정을 펼쳐야 할 때는 침체기가 아니라 호황기"라는 케인즈의 명언을 상기시키고 있다. 특히 폴 크루그먼은 지금 상황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질문은 공허하며 "진단보다 치료에 집중할 때"라고 역설한다. 해법에 있어서도 대공항 시기처럼 재정지출 확대로 정리한다.


현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실업'으로 본다. "실업률 증가는 일자리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일하려는 의지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신자유주의 경제학파에 맞서 "5만명 모집에 100만명이 모여든 맥도널드 사례를 보면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고 일침을 가한다.


폴은 재정적자보다 일자리 가뭄이 더 큰 문제라며 유럽 등에도 적극적인 재정지출 확대를 촉구한다. 폴 크루그먼은 "재정 위기에 빠진 각국 정부는 무자비하게 지출을 삭감함으로써 실업 사태는 유럽 주변국들 전반에 걸쳐 대공항 시절 수준으로 확산됐으며 긴축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잃게 만드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결국 현재의 위기는 유동성 함정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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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함정은 돈을 빌리는데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수준으로 유동성이 확대했는데도 여전히 수요가 진작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즉 불황기에 모두들 돈을 꿰차고 투자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에 국가가 더욱 긴축하면 모든 경제 상황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적 고장인 '유동성 함정'을 빠져 나오기 위해 정부가 투자와 소비에 나서라는 것이다. 대공항 앞에서 돈 몇푼에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두려워하지말라고 강조한다. 특히 각종 데이터와 수치를 통해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폴 크루그먼 지음/박세연 옮김/엘도라도 출간/ 값 1만6000원>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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