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조선에선 돈없고 '빽'없는 사람도 출세했다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개천에서 용 나는 경우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오늘날과 달리 조선시대는 과거를 통해서 얼마든지 신분 이동이 가능했던 사회였다.
평생 조선사(朝鮮史)를 연구해온 한영우(74)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신간 '과거, 출세의 사다리'는 양반 신분이 세습됐다는 기존 학계의 통념에 이의를 제기한다. 한 교수는 이번 책에서 조선 500년에 걸쳐 배출된 문과급제자 1만4615명 전원의 신분을 조사해 왕대(王代)별 급제자 수와 신분이 낮은 급제자의 비율 등 구체적인 통계 수치를 제시했다.
그는 과거 합격자 명단인 방목(榜目)을 살펴보는 것은 물론 방목에 벼슬, 내외 4대조(직계 3대조와 외조)의 이름, 성관(성씨와 본관)이 기록돼 있지 않은 급제자는 급제자 집안의 족보, 실록에 기록된 급제자의 벼슬과 신분에 관한 자료 등을 일일이 찾아내 조선시대 문과급제자 전원의 신분을 확인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조선 초기와 중기의 경우 평민 등 신분이 낮은 급제자가 전체 급제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태조-정종(40.40%), 태종(50%), 세종(33.47%), 문종-단종(34.63%), 세조(30.42%), 예종-성종(22.17%), 연산군(17.13%), 중동(20.88%), 명종(19.78%), 선조(16.72%) 등으로 조사됐다.
그는 "(기존 학계에선) 조선 초기부터 양반 문벌이 형성된 것으로 봤는데 조선 초기만 해도 신분이 낮은 급제자의 비율이 40-50%나 됐다"면서 "조선 중기에 양반 문벌이 형성됐다가 18세기 후반이 되면 신분제가 무너지는데 특히 고종 때는 신분이 낮은 급제자의 비율이 58%에 이를 정도"라고 말했다.
왕대별로 신분이 낮은 급제자가 어느 관직에까지 올랐는지를 조사해 책에 상세하게 소개했다. 한 교수는 "신분이 낮은 급제자 중에 영의정의 자리에 오른 사람도 있고 판서가 된 사람은 부지기수"라면서 "조선 사회는 신분 이동이 다이나믹했으며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였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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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어느 사회든 사회 틀이 잡히고 기성세력이 형성되면 '가진 자'들이 세습을 많이 하게 된다"며 " 조선 중기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지만 이는 조선 중기의 특징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조선 중기 한 시대의 특징을 조선 왕조 500년에 다 적용하다 보니 조선시대가 양반이 특권을 독점한 폐쇄적인 사회로 사람들에게 잘못 각인됐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1권 '태조-선조' 편을 펴낸 한 교수는 2권 '광해군-영조' 편, 3권 '정조-철종' 편, 4권 '고종' 편을 차례로 발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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