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슬레이트 지붕 철거사업 40% "돈 없어서 못 한다"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환경부가 지난해 실시한 농어촌 슬레이트 철거 사업 대상자 중 약 40%가 중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거에 따르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슬레이트 지붕에는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높은 비중(10~15%)으로 함유돼 있다.
24일 환경부에 따르면 2012년에는 전국적으로 총 8290동의 슬레이트 지붕이 철거됐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신청자 중 37%(4912가구)가 포기했다. 슬레이트 지붕 소유자가 내야 하는 비용 부담 때문이다.
슬레이트 철거 사업에서 한 가구당 지원 기준이 되는 면적은 100㎡다. 철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200만원 중 30%에 해당하는 60만원은 국고로 지원한다.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지방비를 이용, 재정 여건에 따라 최소 60만원부터 최대 120만원까지를 지원할 수 있다. 지방비 최소 지원액은 국고지원액과 같은 60만원이다. 철거에 따라 지붕 소유주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최대 80만원인 셈이다. 지난해 지자체 중 지방비로 전액을 지원해 준 곳은 서울시와 부산시가 유일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슬레이트를 걷어내고 새 지붕을 얻는 개량비 명목으로 350만원을 더 내야 한다. 개량비에는 따로 지원이 되지 않는다. 슬레이트 지붕을 바꾸는 데 각 가구가 부담해야 할 총 비용이 최대 430만원에 달하는 것이다. 대개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집은 소득이 높지 않은 농어촌 지역에 밀집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엄두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전적 어려움은 환경부도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다. 환경부는 올해 슬레이트 철거 지원 기준을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200만원의 철거비를 국고 96만원, 지방비 96만원씩 책임지고 본인 부담을 8만원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개량비 350만원은 대책이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일부 여유가 있는 지자체에서는 (개량비)지원을 해 줬던 것으로 안다"며 "현재로서는 개량비까지 지원하기에 국고가 부족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한편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던 슬레이트 지붕은 석면 위험성 문제와 함께 철거 대상으로 떠올랐다. 환경부에서는 2011년 철거 시범사업을 실시했으며 본격사업은 지난해가 첫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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