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풀기 끝낸 연기금, 저평가株에 꽂혔다
올 들어 금융·통신 등 4572억 순매수
환율부담 외국인 대신 당분간 '사자' 계속될듯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올 들어 서서히 몸 풀기를 이어가던 연기금이 최근 보다 적극적인 '사자'세를 나타내며 수급 장악력을 키워가고 있어 주목된다. 프로그램 매물부담과 뱅가드사의 벤치마크 변경,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당분간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연기금의 '쇼핑 리스트'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2일까지 연기금은 코스피 시장에서 4572억원 순매수를 기록했고 이 날 장 초반에도 매수우위를 유지했다. 특히 지난 10일부터 본격적인 매수 기조를 나타낸 연기금은 22일 1258억원어치를 적극적으로 담으면서 시장을 주도, 향후 움직임 역시 기대하게 했다.
연기금이 이 기간 집중 매수한 종목은 대부분 금융, 통신, 전기가스 등 싼 가격 매력이 부각되는 저평가주들이었다. 올 들어 연기금이 가장 많이 사들인 삼성생명 삼성생명 close 증권정보 032830 KOSPI 현재가 310,000 전일대비 20,000 등락률 -6.06% 거래량 665,867 전일가 330,0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삼성생명, 고객사 퇴직연금 아카데미 개최 '7800선 터치' 코스피, 매수 사이드카 발동…불타는 '삼전닉스' 외인 ‘5조 팔자’에도 굳건…코스피 종가 사상 최고 (1091억원)을 비롯해 삼성증권(581억원), 우리금융(514억원) 등 금융주는 대표적인 저평가주다. 올 들어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보험·증권 등의 매력이 부각되며 연기금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SK텔레콤(863억원), KT(710억원) 등 통신주와 한국전력(939억원) 등 유틸리티주도 집중적으로 담았다. 통신주는 최근 실적개선 전망과 함께 4년여 만에 업황 자체가 구조적으로 좋아지는 흐름을 나타내면서 관심을 받고 있고, 한국전력은 전기요금 평균 4% 인상 발표를 전후로 주목받고 있다. 연기금은 현대차(907억원), 현대모비스(316억원) 등 지난해 말부터 주가 하락폭이 컸던 자동차주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매수로 대응했다.
연기금은 단기적인 자금흐름보다 보유 중인 자산의 배분이 더욱 중요한 장기투자기관으로, 당분간 순매수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주요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이 지난해보다 확대되면서 주가가 횡보하는 사이 저평가주들에 대한 '사자'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연기금의 매매패턴을 주목해 업종 및 종목 대응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연기금의 시장 진입 레벨이 높아졌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박스권 상단 부근에 다다르면 매수 강도를 약화시켰던 지난해까지의 모습과는 달리, 박스권 상단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기금 매수세 강화에는 절대 저금리 환경 하에서 기금 운용자가 가지는 고민이 반영돼 있다"며 "현재의 금리 레벨에서 채권으로 기금 수익률을 높이기는 어려워, 장기 투자기관들의 위험자산에 대한 태도는 전향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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