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나타난 왕서방, 이젠 대놓고 '삼성 베끼기'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CES 2013'에서 삼성전자가 중국 TV 업체 직원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TV 디자인을 베끼기 위해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세부 사진을 모두 촬영하고 이것도 모자라 주머니에서 자와 각도기까지 꺼내는 일도 있어 실소를 금지 못하게 하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미국 한 온라인 매체는 'CES 2013'의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최신 울트라HD TV의 디자인을 베끼고 있던 한 중국 업체 직원을 발견했다.
처음에 TV의 외관 사진을 자세하게 찍던 이 사람은 사진을 다 찍은 뒤 주머니에서 버니어캘리퍼스를 꺼내 TV 각 부분의 두께를 재고 이를 수첩에 적기 시작했다. 해당 매체의 취재기자가 디자인을 베끼고 있는거 아니냐고 지적하자 이 남자는 "누구나 다 베끼지 않냐"며 오히려 반문하고 베끼기를 멈추지 않았다.
뒷면까지 사진을 다 찍고 TV의 모든 부분 크기를 재본 뒤 이 사람은 자리를 떠났다.
삼성전자는 매년 CES때마다 중국 업체들의 디자인 카피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006년 삼성전자가 와인잔을 형상화한 보르도 LCD TV를 내 놓으며 소니를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TV 시장 1위에 오르면서 시작된 일이다.
그 다음해인 2007년 가을 독일에서 열린 IFA에서 중국 하이얼은 보르도 TV를 그대로 베낀 TV들을 내 놓았다. 중국내 중소형 업체들은 아예 대 놓고 삼성전자 제품과 똑같은 카피 제품들을 전시회에서 버젓이 전시하기 시작했다.
매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에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그대로 베낀 중국산 스마트폰이 등장한다. MWC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대놓고 베끼기 위해 사진을 찍고 자로 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당시 삼성전자 대표이사였던 최지성 부회장은 "삼성 부스 옆에 있는 중국 업체들은 우리가 제품을 내기도 전에 비슷한 제품을 베껴 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작 중요한 제품들은 전시회에 꺼내 놓지도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해 CES에 참석했던 이재용 부회장은 "(경쟁업체들이 베끼는 문제 때문에)진짜 중요한 제품들은 따로 준비해서 고객사들에게만 보여준다"고 말할 정도였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업체 창홍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선보인 LED TV의 스탠드를 그대로 따라했고 하이센스 역시 삼성전자가 지난해 내로우 베젤을 적용하며 선보인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했다.
단순히 디자인만 베끼는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로고 카피, 디자인 명칭 등도 베끼고 있다.
지난해 CES에선 세계 TV 3위 업체인 중국 TCL이 삼성전자의 로고 카피를 그대로 사용했다. 'IFA 2012'에선 중국 뿐 아니라 필립스도 삼성전자 제품을 모방해 윤부근 사장이 이를 문제 삼은 바 있다.
당시 윤부근 사장은 "저기 저 스마트TV 시리즈(필립스 제품)는 우리가 2년전 내 놓은 모델과 동일하다"면서 "중국 업체들은 아예 똑같은 제품들을 만들어 내 놓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하이얼은 자사의 디자인 명칭을 '원(One) 디자인'으로 사용하고 있다. 원 디자인은 삼성전자가 지난 2011년 CES에서 공개한 베젤 두께를 5mm 이하로 투명하게 줄인 TV 디자인을 뜻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 업체들은 모방을 통해 빠르게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면서 "디자인 카피에 대한 죄의식이 전혀 없다 보니 국제 전시회에서도 삼성, LG의 제품을 그대로 모방한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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