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전액 내놔" 헤지펀드 승소에 아르헨티나 “격분”
23일 영국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뉴욕 연방법원은 21일(현지시간) 헤지펀드 엘리엇어소시에이츠와 오렐리어스캐피털이 제기한 채무 상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아르헨티나는 즉각 격분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벌쳐펀드(부실 채권을 사들여 높은 수익을 내는 투기자금)에 단 한푼도 내어줄 수 없다”고 선언했고 집권 정의당의 아구스틴 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아르헨티나 국민들과 정부는 디폴트 탈출을 위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감내했다”면서 “이는 아르헨티나에 대한 모욕이며 우리에게는 당연히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건의 발단은 아르헨티나가 경제위기로 1000억달러가 넘는 부채를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한 2001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부채에 대한 지급정지를 선언하고 채권단과 채무재조정 협상에 나섰으며,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이전에 발행한 채권의 93%를 원금의 3분의1 가격으로 깎은 새 채권으로 교환했다. 그러나 디폴트 이전 헐값에 국채를 사들인 일부 헤지펀드는 이를 거부하고 채무 전액을 지급할 것을 요구해 왔다.
기존에 채무재조정 협상을 마친 채권단들도 “법원의 판결이 모두를 다 죽이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법무법인 아놀드앤포터 변호사로 세계은행 이사를 지낸 휘트니 드브부아는 “이번 판결이 채권단으로 하여금 채무국을 제소하는 선례를 남길 경우, 앞으로 채무국의 부채재조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현재 그리스의 구제금융 지원과 채무재조정 문제에도 일부 채권단이 이같은 태도를 보이면 구제금융 프로그램 전체에 차질이 생길 수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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