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 속 '문화원-교육원' 통합놓고 부처간 '진통'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한류 열풍 속에서 재외동포와 외국인에 대한 교육 전담기관의 향배를 놓고 관련 부처간에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문화원과 교육과학기술부 소속 교육원의 통합이 가시화되면서 두 부처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갈등의 배경에는 재외동포와 외국인을 통합해서 교육과 문화홍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깔려 있다.
두 기관은 한글과 한국문화 보급을 주 역할로 하지만 대상을 각각 외국인, 해외교민으로 달리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한류가 급부상하면서 외국인에 대한 교육과 한국문화 보급 수요가 늘어나자 정부에서 비슷한 기능이라고 판단, 지난해 말부터 통합이 추진돼 왔다.
지난 7월에는 정부입법으로 '재외국민의 교육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 현재 계류 중인 상태다. 이 개정안은 교육원을 문화원으로 흡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앞으로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법안소위 심사 등 국회절차가 마무리되면 6개월 이후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국회교과위 관계자는 "정부 안대로 하면 교민에 대한 한글교육 등 기능은 남겠지만 외형으로 보자면 교육원 간판을 떼고 문화원 밑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며 "교과부 입장에서는 교육원장 자리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니 쉽게 합의가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교과부 관계자는 "문화원과 교육원이 서로 같은 사무실에서 프로그램도 공유하고 행사도 같이 해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차원이라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달갑지 않은 내색을 보였다.
실제로 일본에 있는 한 교육원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법률개정안이 '교육원' 설치 근거를 없애는 것이라 민단이나 동포단체들에서는 헌법에 보장된 교육을 받을 기본권이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가 많다"면서 "한류가 부상되니까 어차피 비슷한 역할이라는 오해가 있는데, 교육원과 문화원이 통합시 재외교민들의 교육이 아니라 현지 주민과의 문화교류에 치중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현재 교육원은 16개국 38개원, 문화원은 20개국 24개원이 운영되고 있다. 교민들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인가받는 제도권 교육은 졸업장을 주는 초중고교인 '한국학교'가 있고, 이와 별개로 교육원은 유치원생과 성인들 위주의 교육을 맡고 있다.
이에대해 문화부 측은 최근의 변화된 상황을 반영해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문화부 국제문화과 관계자는 "해외 교포들도 2,3세들의 비중이 커지면서 굳이 재외동포와 외국인을 구분해 한글과 한국문화에 대한 교육을 할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제기돼 왔고 , 특히 한류 부상으로 외국인들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맞춰 기능적인 부분을 통합하고 행정자원은 공유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통합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부처간 진통에 대해 결국 부처간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구홍 교포문제연구소 이사장은 "지금까지 교포들을 위한 교육에 교과부나 교육원에서 얼마만큼 관심을 두고 지원해 왔는지 반성부터 해야 한다"면서 "현지 교과서 교재개발 지원이나 임시교사지원제도를 부활시켜 유학생들 일자리 창출 등 여러 제안을 했었지만, 파견형식의 자기 부처 일자리만 만들어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이사장은 "한류열풍 속 파워게임에서 교과부가 문화부에 밀린 격"이라며 "현지 교민이나 재외동포와의 대화와 실질적 지원은 어느 부처도 제대로 하는 곳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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