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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금요일 거리 헤매는 고3 수험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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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금요일 거리 헤매는 고3 수험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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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환불도 안해준다니까. 미친 X아"
"환불해준다니까. 안되면 다시 나오면 되잖아"

9일 밤 10시 서울 신천동 유흥업소 밀집 지역 골목에서 한무리의 젊은 남녀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용기를 내어 무슨 사연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겁이 났다. 남자 6명, 여자 3명이 떼로 몰려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남녀의 뒤를 조심스레 밟으며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놀랍게도 이들은 8일 수능을 치른 고등학생들. 알고보니 친구 한명을 안마방에 보내려고 설득중이었던 것. 무리는 친구를 놀리는게 재밌다는 듯 거친 욕설과 함께 친구를 협박(?)했다. 놀림 대상이 된 친구는 "환불 안되면 어쩌냐. 두들겨 맞으면 책임질거냐"고 대꾸했지만 싫지 않은 내색이었다. 이들에겐 옅은 술냄새가 풍겼다.

수능을 끝낸 이들에게 '불같은 금요일 밤'이 찾아 왔다. 9일 오후 서울 신촌, 홍대와 신천, 건대 입구 등 젊은층이 즐겨찾는 '지하철 2호선 라인' 인근 유흥가를 돌아다닌 결과 청소년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평소보다 많이 눈에 띄었다. 주된 유형은 남학생 6~8명으로 구성된 무리들. 주로 여학생보다는 남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이들이 더 잘 눈에 띄었다.

건대입구의 B 미용실은 밤늦게까지 문을 열고 수험생들을 맞이했다. 이곳에선 수험표를 가져온 학생들에게 퍼머비 30% 할인과 함께 스피드메이크업까지 서비스해줬다. 이곳에서 만난 앳된 얼굴의 C양은 눈꼬리를 길게 늘인 이른바 '여우 눈꼬리 메이크업'을 했다. C양은 "수능끝나고 기념으로 해봤어요. 지금 집에 들어가서 바로 지울거에요"라며 밤거리로 사라졌다.
노래방 등 청소년 출입 가능 업소의 주인들은 "수능 끝나고 대목을 기대했는데 생각만큼 장사가 잘되는 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지난 8월부터 청소년 출입금지 업소로 지정된 멀티방 업주 D씨는 "청소년으로 의심되면 주민등록증을 꼭 확인한다"며 "예전 같으면 수험생 손님으로 예약까지 받았지만 출입금지가 된 후로 전무한 수준"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특히 최근에는 키스방 등 유사성행위업소가 기승을 부리며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날 건대입구에는 두터운 농구점퍼를 입은 건장한 남성이 거리를 배회하며 소매 끝에서 마사지업소의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꺼내 바닥에 뿌리고 있었다. 이 남성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거리에 뿌려진 명함 속 마사지 업소에 전화를 걸어 "어제 시험을 친 수험생인데 가도 되느냐"고 묻자 "거짓말하지 마시라. 정신 차리시고 다시 전화해 달라"며 전화를 끊었다.

남자 수험생이 퇴폐업소의 유혹을 받는 것처럼 여자 수험생은 불법 아르바이트의 유혹이 도사린다. 지난 5일에는 한 여대생이 페이스북에 "카페 아르바이트라고 해서 면접을 봤는데 사장이 '키스방 알바'를 제안했다"는 경험담을 올려 네티즌을 경악케 했다. 수능이 끝나 아르바이트를 계획중인 여고생들 역시 이같은 유혹에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수능을 치른 고3들에겐 알콜의 유혹도 만만찮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인'이 수험생 회원 504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43%의 학생이 "수능을 치른 후 해방감이나 기분전환을 위해 술을 마시고 싶다"고 답했다. 또 "술을 마시고 싶다"고 답한 이들 중 70%는 수능 당일 음주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인터넷에선 "과잠(대학 로고, 학과가 새겨진 점퍼)을 입으면 걸리지 않는다"는 등 유흥업소 출입 노하우가 공유되기도 한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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