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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재계 목소리 실종된 전경련 회장단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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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대선후보들의)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본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대표성을 가진 집단이 이렇게 오락가락하니 재계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마저 든다."

올해 마지막 재계 대표들의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 결과를 접한 한 재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같은 지적이 나온 것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온 전경련이 후보를 만난 뒤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가 끝난 뒤 한 전경련 고위관계자는 "대선 후보들과 직접 만나 대화해 보니 생각보다 경제살리기에 대한 인식이 깊었다"고 말했다. 회장단 회의 브리핑장에 참석한 기자들을 순간 당황케 만든 발언이기도 했다. 대선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재계의 투자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기존 전경련의 기조와 상반된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특정 후보의 특정 경제공약이 재계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한 전경련 관계자의 발언도 참석한 기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회장단 회의에 앞서 열린 안철수 대선 후보와의 간담회에서 안 후보가 "집권 시 경기 긴급 대응팀을 상시 가동하겠다"는 발언에 전경련은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고 반가웠다"고 표현했다. 대선 후보가 지향하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개별 사안만을 확대해서 의미를 부여하는 '견지망월(見指忘月)'한 행동의 전형적 사례다.

마지막 회장단 회의에서 채택한 A4용지 1매 분량의 발표문도 구체성이 결여돼 아쉬움을 남겼다. 요지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재계, 기업, 정부 모두 합심해야 한다'는 식이다. 구체적인 대안 제시와 대선 후보들에 대한 날선 비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한 재계 관계자는 "(경제 5단체가) 최근 조직한 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의 구체적인 결과물이나 내년 재계의 비전 등이 담겨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보기좋게 어긋났다"고 지적했다.
500개가 넘는 회원사를 보유, 명실상부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의 올해 마지막 회의는 이처럼 시장 기대를 져버린 채 구체적인 대안·비전 제시 없이 마무리됐다. 지금까지 대선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심각한 우려감을 전달했던 기업들의 요구가 전경련의 판단 착오로 좌절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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