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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데얀 킬러' 곽희주가 밝히는 데얀 봉쇄 비법(인터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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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데얀 킬러' 곽희주가 밝히는 데얀 봉쇄 비법(인터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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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K리그 최고의 흥행카드 수원과 서울의 라이벌전. 풍성한 스토리 가운데 몇 해째 풀리지 않은 의혹이 있다. 공격수 데얀(서울)의 골 침묵이다.

데얀은 2007년 K리그 데뷔 이래 모든 시즌에서 두 자릿수 이상 득점을 올렸을 만큼 탁월한 결정력을 자랑한다. 올 시즌도 25골로 득점 선두. K리그 최초의 득점왕 2연패와 한 시즌 최다골(김도훈·28골)이란 대기록도 눈 앞이다.
자타공인 최고의 스트라이커. 그런데 유독 '슈퍼매치'에선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2008년 서울 유니폼을 입은 이래 13차례 수원전에서 단 1골에 그쳤다. 최용수 서울 감독조차 "데얀이 수원만 상대하면 골을 못 넣는 이유가 궁금하다"라고 말할 정도다.

배경에는 곽희주(수원)의 철벽 수비가 있다. 철저한 대인 마크와 집요한 승부 근성으로 서울의 에이스를 꽁꽁 묶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데얀 킬러'다. 2년 간 이어진 수원의 '슈퍼매치' 7연승(FA컵 포함) 역시 거저 얻은 행운이 아니다. 팬들은 물론 K리그 모든 수비수가 궁금해할법한, 곽희주의 데얀 봉쇄 비법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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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곽희주와의 일문일답
아시아경제(이하 아경) 아무래도 서울전 얘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수원이 서울을 만나면 펄펄 나는 이유가 궁금하다. 비법 좀 공개해달라.

곽희주(이하 곽) 특별한 비결은 없다. 슈퍼매치는 많은 분들이 응원하는 잔치다. 그저 결과에 상관없이 즐기려고 노력한다.(웃음)

아경 경기 내용을 놓고 보면 즐기는 축구라 보기 힘들다. 차라리 전쟁이란 표현이 어울릴 듯한데

바로 그거다. 대충 뛰는게 아니라 혼신의 힘을 다해 전쟁같이 뛰는 자세. 그게 프로 선수로서 즐기는 모습이다. 몇몇 팬들은 상대 선수에게 일부러 부상을 입힌다고 하는데, 축구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의도적으로 남을 다치게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웃음) 다만 내 수비 스타일이 좀 저돌적이다. 그러다보니 상대 공격수는 자꾸만 등을 져서 안정적으로 볼을 소유하려 한다. 이두 가지가 충돌하면서 밖에서 보기엔 좀 오해가 생기는 것 같다.

아경 '데얀 킬러'라는 호칭이 근거 없는 수식어는 아닐 것이다. 유독 데얀에게 강한 이유가 무엇인가

데얀이 K리그 최고의 스트라이커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한국 선수들, 특히 유망주들이 배워야 할 자질을 두루 갖췄다. 이런 선수를 막는다는 건 수비수로서 오히려 기쁜 일이다. 그런 동시에 절박해져야 한다. 데얀을 막기 위해 수 없이 분석하고 연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경 다른 선수를 상대할 때보다 데얀을 훨씬 열심히 막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기분 탓일까

(웃음) 솔직히 말해 다른 공격수와 맞붙게 되면 약간 방심할 때도 있다. 데얀을 만났을 땐 아니다. 가진게 많은 선수이기에 조그만 실수에도 어김없이 당한다. 더군다나 서울 같은 팀에게 일단 한 골 내주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 있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아경 라이벌전 연승에도 여전히 리그 1위는 서울이다. 반면 수원은 우승권과 다소 거리가 멀어졌는데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목표는 우승이 아니다. 그간 팀 내 고참들과 소통하면서 답을 많이 얻었다.

아경 우승이 아니라면?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궁금하다.

군 입대를 앞둔 선수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게 있다. '너희들이 우리 팀에 줄 수 있는 선물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이라고. 그래야만 남은 선수들도 목표를 가지고 내년을 준비할 수 있는 거다.

아경 결국은 3위권 진입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문제다. 경쟁 팀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고. 생각보다 어려운 상황인데

물론 그렇다. 하지만 전반기에 비해 수비 조직력이 훨씬 살아났다. 다시 해보자는 팀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선수단이 잘 뭉쳐 있는 느낌이랄까. 확실히 달라졌다. 희망을 갖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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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비수 곽희주를 말하다

아경 개인적인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축구를 시작한 이후 줄곧 맡은 포지션이 수비였나

아니다. 고등학교 때 1년 동안 스트라이커로 뛰었다.

아경 몰랐던 사실이다. 공격에도 남다른 재능이 있었나 보다

솔직히 말하면 아버지가 학부모회 회장이었던 덕을 좀 봤다.(웃음) 그래도 실력은 제법 괜찮았다. 별명이 춤추는 센터포워드였다. 힘도 좋았고 점프력과 스피드 모든 면에서 뒤지지 않았다. 되돌아보면 그 때 했던 축구가 제일 재미있었다.

아경 그랬다면 공격수로도 대성했을법 한데, 다시 수비수로 돌아온 계기는 무엇인가

대학교 입학 당시 공격과 수비를 병행하는 것이 내 임무였다. 감독님은 나를 줄곧 수비수로 기용했다. 가끔 지고 있는 경기에 공격수로 내보내곤 했는데, 꾸준히 나서던 자리가 아니어서 그랬는지 그 때부터 공격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

아경 지금도 공격에 대한 욕심이 있나

본능을 숨기지 못할 때가 있다. 세트피스 상황이 그렇다. 무작정 상대 문전으로 올라갔다가 감독님한테 많이 혼났다. (웃음)

아경 그래도 2008년 챔피언결정전 1차전 동점골도 그렇고, 결정적 순간 한 방을 터뜨리는 능력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기회가 많지 않아서 한 번의 찬스에 무조건 넣어야 한다. 세트피스 같은 경우엔 이따금 키커한테 미리 부탁한다. 나한테 공을 보내라고. 그게 전부 제대로만 왔으면 득점왕도 노려볼만 했다.(웃음)

아경 같은 포지션에서 롤 모델은 누구인가

특정 선수를 동경해본 적은 없다. 각자 장점을 조합해서 내 스타일로 바꾸고 싶다. 예를 들면 수비력은 김태영 코치, 플레이는 홍명보 감독을 닮고 싶다. 우리 팀에서는 보스나의 침투패스와 곽광선의 태클 능력을 두루 배우고 싶다.

아경 욕심이 상당히 많은 선수 같다. 그렇다면 수비수로서 본인의 단점은 무엇인가

경기 템포를 조율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대인마크로 한 명을 전담하는데 익숙하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세밀한 플레이도 가다듬어야 한다.

아경 익숙한 스타일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요즘 축구를 새로 배우는 느낌이다. 미흡하지만 경기 중에는 침투패스도 시도해보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패스 연습도 재미있고 힘든 훈련을 이겨낼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다. 점점 축구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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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버드의 전설이 될 이름

아경 어느 덧 팀 내 최고참급이 됐다.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하겠다는 계획은 있나

특별히 정해 놓은 기간은 없다.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정상에서 물러나는 것이 목표다. 지금은 축구가 즐겁지만 배우는 것이 지겨우면 바로 은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아직 보완해야할 부분이 많다. 지금도 나만의 축구 스타일에 색깔을 입히는 단계다.

아경 배우는 자세의 베테랑이라니, 매력적이다. 그럼 선수 이후의 꿈은 무엇인가

은퇴 이후 꼭 해보고 싶은 일은 스카우터다. 구단과도 계속 논의하고 있다.

아경 다소 의외의 답변이다. 흔한 선택은 아닌데

수원에서 줄곧 생활하면서 선수 영입 문제로 아쉬움이 많았다. 특히 외국인 선수 문제로 실패했던 기억이 많다. 거액을 들여 외국인 선수를 데려왔는데 성적이 좋지 못하면 상처는 남은 선수들 몫이다. 그들은 돌아가면 끝이지만 우리는 계속 뛰어야 한다. 주장을 맡기 전에는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큰 틀에서 팀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아경 수원에 필요한 선수는 어떤 스타일이어야 하나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 동료들과 잘 어울리고 팀에 녹아드는 선수가 필요하다. 굳이 몸값이 비싸지 않아도 좋은 선수는 많다.

아경 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수원의 '준비된 레전드'라는 표현도 과장은 아닌 것 같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내로라하는 개인 기록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K리그, ACL 우승이 더욱 탐나는 이유다. 정상이란 목표를 먼저 이뤄야하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경 요즘 구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 줄 평점 제도를 노려보는 건 어떤가. MVP를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솔직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팬들의 선택이 중요하다. 최다 MVP 수상도 노려보고 싶다. 진짜 레전드가 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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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순 기자 sport@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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