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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캡틴' 곽희주 "아빠의 이름으로 다시 뛴다"(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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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캡틴' 곽희주 "아빠의 이름으로 다시 뛴다"(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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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역경을 뒤집으면 경력이 된다.'

프로축구 수원 블루윙즈의 '캡틴' 곽희주는 자신의 카카오톡 대문을 이렇게 장식했다. 올해로 프로 데뷔 10년 차를 맞은 그에게 곧잘 어울리는 수식어다. 2003년 푸른 유니폼을 입고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에 입성한 그는 10시즌 동안 한 팀에서만 몸담은 '원 클럽맨'이다.
지나온 발자취 역시 남부럽지 않다. K리그 2회 우승(2004,2008년)을 비롯해 FA컵(2009,2010년)과 컵 대회(2005,2008년)를 각각 두 차례 제패했다. 중앙수비수로 매 시즌 20경기 이상 소화할 만큼 팀 내 입지도 탄탄하다.

순탄한 과정에는 남모를 아픔도 있었다. 시신경 손상으로 9살 이후부터 왼쪽 눈이 보이지 않은 곽희주는 2004년 초 선수생활에 회의를 느껴 무작정 팀을 이탈했다. 2009년에는 처음으로 주장을 맡았지만 성적 부진과 분위기 쇄신이라는 명목 아래 하루아침 만에 '완장'을 내려놓아야 했다.

위기를 딛고 3년 만에 되찾은 '캡틴'의 칭호. 그런 곽희주에게 최근 수식어는 하나 더 생겼다. 오는 12월 결혼을 앞둔 그는 두 달 전 세상의 빛을 본 예쁜 공주님의 아빠가 됐다. 역경을 이겨내고 국내 최고를 자부하는 수원과 한 집안의 어엿한 가장으로 거듭난 셈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축구화 끈을 조여 매고 있는 곽희주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봤다.
다음은 곽희주와의 일문일답

아시아경제(이하 아경) 아빠로서 새 출발을 축하한다. 속도위반인데 소감이 어떤가

곽희주(이하 곽) 아기가 태어난 지 이제 60일이 조금 넘었다. 신기하고 기분 좋다. 예비 신부와는 교제한지 1년 반 정도 됐다. 팀이 우승하면 결혼에 대해 고민하기로 했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결혼 준비는 거의 마무리 단계다. 작년에 부상 때문에 한동안 쉬면서 아기를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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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경 지난 시즌은 유독 부상이 많았다. 8월 상주전 이후 FA컵 결승과 6강 플레이오프 등 복귀시점마다 부상으로 물러났는데

사실 몸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다. 백업 멤버가 없다보니 무리하게 준비했던 부분이 있다.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괜찮다고 느낀 것 같다. 5분만 뛰어도 좋다고 했다. 억지로 경기에 나서다보니 화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

아경 부상에 대한 휴유증은 없었나

몸 보다는 마음이 아팠다. 잦은 부상으로 팀에 피해를 주다보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상대 볼을 빼앗으려고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스타일인데 부상 걱정에 플레이가 많이 위축됐다. 자연스럽게 경기를 하면서도 흥미를 잃어버렸다.

아경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어떤 형태든 부상은 자신에게 마이너스다. 재활 기간 동안 무언가 하나씩은 얻으려고 노력했다. 가령 마음을 다스리거나 체력, 힘, 볼 컨트롤 등 어느 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한다. 복귀해서 경기를 치르다보면 확실히 효과가 드러난다. 이번에는 딸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얻었다.(웃음)

아경 부상 이후 올 시즌 주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2009년 당시에도 주장직을 스스로 포기했다고 들었는데

정확히 말하면 포기한 것이 아니다. 억지로 물러났다는 표현이 맞다. 당시 훈련을 마치고 숙소에 왔는데 기사가 먼저 나왔다. 코칭스태프와 고참 선수들이 상의해서 결정한 부분이다. 성적 문제로 변화가 필요했던 것 같다. 상처로 남았지만 팀 분위기를 고려해 기사 내용 그대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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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경 어떤 점이 무엇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나

차범근 감독님이 주장직을 제안했을 때 아직은 경험이 부족해서 안 된다고 얘기했다. 개인적으로 복잡한 일도 많았다. 감독님께서는 선수들의 선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수락했던 기억이 있다.

아경 개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나

금전적인 문제였다. 선배들 말만 믿고 재테크를 하려고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봤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주장도 맡아야 하고 여러 가지로 복잡했다.

아경 당시 경험이 올 시즌 주장직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나

물론이다.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많이 하는 편이다. 가령 경기 시작전에는 '진실 된 마음으로 뛰자. 계산하지 말고 플레이하자고 선수들을 독려한다. 외적인 부분에서는 놀이를 만들어주는 편이다. 숙소에 보면 상조회비로 마련한 자판기가 있다. 음료수를 담당하는 선수들을 배정한다던지 해서 공통된 관심사를 만들어준다. 우리 팀은 매년 선수단이 절반 이상 바뀌는 분위기라 대화를 통해 소속감을 느끼게 하려고 노력한다.

아경 결국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융화가 잘 안 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맞는 말이다. 팀이 잘 돌아가려면 A,B,C급 선수가 골고루 있어야 한다. 수원은 좋은 선수들이 모인 집결지라는 느낌이 강하다. 결국 포지션 별로 A급 역할만 하려고 한다. 절박한 마음을 가진 C급 선수, A급 선수에게 볼을 연결해 주는 B급 선수 등 모든 부분이 조화를 이뤄야하는데 잘 맞지 않았다.

아경 외국인 선수들과는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나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원래 잘해주는 편이다. 어린 후배들이 싫어나는 부분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하극상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외국에서 왔다고 해도 경력을 존중해야 한다. 문제는 외국인 선수들이 그런 점을 이용하는 것 같다.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는 함께 고민해야 되는데 자기 몫만 챙기려는 이기적인 선수들도 있었다.

아경 외국인 선수에게도 싫은 소리를 하는 편인가

선수단 전체의 규율은 엄격하게 지키라고 요구한다. 예를 들면 식사 시간 같은 작은 부분을 강조하는 편이다. 특히 시합 전에 단체 행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프로답지 못한 행동을 하면 반드시 지적하는 편이다. 다행히 그 선수들도 잘 받아들이고 있다. 2009년에는 어머니 같은 주장이었다면 지금은 아버지 같은 엄격함을 갖춘 것 같다. 물론 경기 외적인 부분에는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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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경 분위기를 좀 바꿔보자. 한 팀에서 10시즌을 뛰었다. 그동안 유혹도 많았을 텐데 어떤 매력 때문에 한 팀에 남아있었나

수원이라는 명문 구단에 있다는 자부심이 가장 크다. 내게 처음 기회를 준 구단이고 의리를 지키고 싶었다. 사실 5년 계약을 마치고 2~3년 정도씩 연장 계약을 하는데 2008년에 이 팀에서 은퇴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장기 계약을 했다.

아경 2004년 차범근 감독 부임 이후로는 꾸준하게 주전으로 입지를 굳혔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무작정 팀을 이탈했다 돌아오면서 혼나기 싫어서 정말 열심히 했다. 감독님께 밉보였던 점을 만회하기 위해 수비에서 더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그런 부분에서 신뢰가 형성됐다.

아경 팀을 이탈했던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프로에 와보니 내가 가진 축구 스타일에 한계가 드러났다. 고등학교, 대학교와는 달리 운동장을 폭넓게 쓰는 포지션 플레이에 적응하지 못했다. 어렸을 때 축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 대인 방어에만 익숙해 있었다. 한 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불편함을 처음 느낀 것도 그 때였다.

아경 다시 돌아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똑같은 장애를 겪고 있는 후배 선수들을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그 선수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었다. 팀을 나와 대천에 내려가 있었다. 핸드폰을 잠시 켜놓고 있다가 이창엽 피지컬 트레이너의 위치 추적에 걸려 일주일 만에 잡혔다. 그 분이 했던 많은 얘기 중에 '너처럼 눈이 보이지 않는 선수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말씀에 힘을 얻었던 기억이 있다.

아경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면서 결국 '준비된 레전드'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딸도 태어났고, 10시즌을 맞은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딸에게 인정받는 아빠가 되고 싶은 욕심이 크다. 지금 위치를 확실하게 지키고 꾸준히 활약해야만 아빠가 축구 선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자랑스러운 아빠, 자랑스러운 남편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게 아빠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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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 계속-




김흥순 기자 sport@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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