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처럼 지속되는 불경기에 카드 할부를 외치는 온라인쇼퍼들이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 몰들이 다양한 할부 혜택 정책과 할부 결제 편의성을 높이기도 했지만 극심한 불황 속에서 '일시불 결제'를 부담스러워 하는 고객들의 소비 행태가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지난달 기준 일시불과 할부 결제 비율은 4.8대 5.2을 기록했다. 2010년 5.4(일시불)대 4.6(할부)였던 결제 비중은 지난해 5.2대 4.8을 거쳐, 올해 4.8대 5.2로 뒤집힌 것.
11번가 관계자는 "아무래도 가격부담이 큰 상품들에 대한 할부가 주를 이뤘다"며 "TV, 냉장고, 노트북 등 디지털 가전 등의 할부가 많았다"고 말했다.
옥션 관계자는 "12개월 무이자할부 등 카드사와 제휴해 마케팅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한 것도 할부 결제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은 요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오픈마켓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대대적인 무이자할부행사를 진행 중이다. 11번가는 오는 31일까지 신한, 삼성, 외환 등 주요 카드사와 손잡고 최대 11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주는 '내 맘대로 무이자할부'를 진행한다. 옥션과 G마켓 역시 12개월 무이자할부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극심한 불황은 상대적으로 손이 큰 남성들의 체면치레마저 바꿨다.
11번가에 따르면 2010년에는 3.4대 6.6으로 여성의 비율이 훨씬 컸던데 비해 지난 해 3.8(남성)대 6.2(여성), 올해는 4.5대 5.5로 남녀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쇼퍼인 직장인 민성호(33세ㆍ남)씨는 "평소 온라인이나 일반 매장에서 구매할 때 카드 할부를 해본 적이 거의 없는데 이래저래 돈 나올 곳도 마땅찮아 할부로 바꾸게 됐다"며 "매달 카드 값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11번가 관계자는 "극심한 불경기에 '할부'로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 '일시불'보다 선호되는 결제 수단이 되고 있다"면서 "특히 여성에 비해 할부 결제를 꺼리던 남성 고객들의 할부 결제 이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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