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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박성훈 "'2군 류현진'은 이제 옛말"(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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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박성훈 "'2군 류현진'은 이제 옛말"(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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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박성훈(넥센)은 지난해 ‘류현진’으로 불렸다. 생김새는 무관하지만 이유가 있었다. 왼손투수에 매서운 구위를 자랑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전제가 붙었다. 퓨처스리그 한정이다. 13승 4패 평균자책점 3.61. 남부리그 다승왕을 차지했지만 그는 유독 1군에만 오르면 부진했다. 1패 평균자책점 9.53. 김시진 전임감독은 혀를 찼다.

“2군에서 던지는 공만 그대로 뿌리면 에이스인데.”
코칭스태프는 올 시즌 박성훈에게 실험을 가했다. 선발이나 롱 릴리프가 아닌 원 포인트 릴리프를 맡겼다. 얼핏 보면 당연한 결정이다. 왼손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노림수가 숨겨져 있었다. 자신감을 회복시켜 향후 선발로 기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실험의 결과는 성공에 가깝다. 시즌 종료를 2경기 앞둔 4일 현재 성적은 5승 4패 평균자책점 2.51이다. 홀드도 일곱 차례나 기록했다. 지난 시즌 1군에서의 부진을 깨끗이 지우며 이보근, 오재영 등이 빠진 넥센 허리의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해냈다. 선발 전환의 기틀 마련은 덤. 박성훈은 “지난해와 달라진 건 없다”라고 겸손해한다. 하지만 그는 분명 달라졌다. 장시간의 대화에서 이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박성훈과의 일문일답
올 시즌 넥센 불펜의 핵으로 거듭났다.
그렇지 않다. 투수진의 부상자 속출로 기회를 많이 잡았을 뿐이다.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성적도 가장 우수하고.
시즌 초반 스타트를 잘 끊은 덕이다. 점수 차가 타이트할 때보다 벌어졌을 때 더 많이 출전했다. 마운드를 편안하게 운영할 수 있던 셈이다. 흐름을 잃지 않았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올 시즌 투구를 자평한다면.
만족스럽지 않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결과는 무난하지만 내용은 좋지 않았다.

그래도 코칭스태프가 올 시즌 투수진의 대표적인 성공작으로 손꼽는다.
결과가 좋으니까. 솔직히 누구에게 자랑할 정도는 아니다. 물론 향상된 점은 있다. 마운드에서 복잡했던 생각을 떨쳐버렸다. 부담을 지우니 투구가 한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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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승부를 즐기게 되었단 뜻인가.
늘 그러려고 한다.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문제지만(웃음). 승부를 내겠다는 마음으로 투구하는데, 매번 스트라이크를 넣기가 쉽지 않다. 거의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던진다.

지난 7월 정민태 투수코치가 줄어든 볼넷을 근거로 투수들에게 “박성훈을 본받아라”라고 치켜세웠다.
과찬이다. 시즌 초부터 코칭스태프에서 볼넷만큼은 내주지 말라고 강조했다. 차라리 안타를 맞는 게 낫다고 했다. 내가 주문을 충실히 수행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왜 공개적으로 칭찬을 받았다고 생각하나.
지난해만 해도 스트레이트 볼넷이 많았다. 올 시즌은 승부를 내려고 덤비다보니 그 수가 크게 줄었다. 마운드에서 심적으로 편해진 덕인 듯싶다. 그간 스트라이크 던지는 연습을 수차례 했는데 이제야 조금 빛을 본 것 같다.

볼넷을 적잖게 내주고 내려온 이후 따로 노력을 기울였을 것 같은데.
밀려드는 짜증을 참기 바빴다(웃음). 오래가진 않는 편이다. 그 순간만 괴롭다. 경기 뒤 따로 영상을 찾아보긴 한다. 잘 던졌을 때의 화면과 비교하며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체크한다. 그런데 영상을 찾아본다고 달라지는 건 크게 없는 것 같더라.

볼 컨트롤이 그날의 컨디션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컨디션이 좋으면 경기 전 캐치볼에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을 받는다. 그런 날 마운드에 오르면 볼넷을 거의 내주지 않는다. 물론 아직 그런 느낌을 유도해내는 방법은 모르겠다(웃음).

그런 느낌을 받으면 경기 전 코칭스태프에게 따로 이야기를 해주나.
그렇지 않다. 경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으니까. ‘오늘 성훈이 컨디션이 좋다던데’라는 압박을 받으며 마운드에 오르는 건 너무 큰 부담이다. 컨디션에 관계없이 경기를 소화하는 것이 진정한 프로의식이기도 하고. 보직이 언제 나갈지 모르는 중간계투이다 보니 매 경기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따로 코칭스태프에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팀에 마이너스가 되면 큰일이니까.

지난 6월과 7월 두 달 동안 넥센 구원진에서 단연 돋보였다.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앞서 언급한 느낌을 받은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그냥 결과만 좋았다. 어떻게 하다 보니 평균자책점 0이 됐다.

그래도 어느 해보다 무난한 시즌을 보냈다. 스프링캠프에서 선전을 예감했나.
전혀. 그런 걸 느낄 리가 있겠나. 프로 8년차지만 그간 1군 경험을 많이 쌓지 못했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올 시즌은 운이 좋은 것 같다. 잘 던져도 빗맞은 안타를 내주는 게 야구다. 야수들이 좋은 수비를 해준 덕에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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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도환과의 배터리 호흡은 어땠나.
잔소리가 심하다(웃음). 안타, 볼넷 등을 내주거나 내 임무를 마치면 정민태 투수코치가 교체를 위해 마운드로 올라온다. 그 전에 도환이가 먼저 다가오는데 “성의껏 좀 던져요”라고 다그친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인 걸 알지만 솔직히 당황스럽다. 투구를 마치고 내려가려는데 왜 뒤늦게 긴장을 풀어주려는지(웃음).

최경철과의 호흡은 어떤가.
편안하다. 투수에게 배려를 잘 해준다. 물론 도환이도 이는 마찬가지다.

올 시즌을 자평한다면.
결과가 좋아 기분이 좋다. 특히 팀 내 대우가 조금 달라졌다. 관리를 받는다는 느낌이 자주 든다. 원래 경기 승패에 관계없이 마구 기용됐는데 올해는 타이트한 상황에서 많이 등판했다. 부담도 되지만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것 같아 뿌듯하다.

좋은 성적을 남겼지만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 생각을 해 본적은 없다. 우리 팀의 중간계투진이 타 팀보다 강한 건 아니니까. 내가 다른 팀 투수들처럼 무서운 볼 스피드를 뽐내며 타자를 압도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

자신이 어떤 유형의 투수라고 생각하나.
딱히 스타일이 없는 것 같다. 삼성에 있을 때 주위에 빠른 볼을 가진 투수들이 꽤 많았다. 그런 무기가 내겐 없다. 그저 변화구가 조금 좋을 뿐이다.

김시진 전임감독이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뒤 적잖게 당신의 이름을 거론했는데.
늘 고마운 분이다. 사실 주목받는 걸 즐기지 않는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 부끄러움을 타고난 것 같다.

라커룸이나 더그아웃에서도 조용한가.
(손)승락이, (이)보근이, (장)기영이, (심)수창이 형 등 친한 선수들과 있을 땐 그렇지 않다. 버스에 올라 이동할 때까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친한 사람과만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장난도 치지 않고 말도 걸지 않는다. 버릇을 고치려고 몇 차례 시도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친한 지인을 구분하는 기준이 궁금하다.
그런 거 없다. 그냥 자주 만나면 된다. 이전에는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친분을 쌓았다. 지금은 한 번 자리가 마련되면 많이 마시게 돼 자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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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량이 얼마나 되나.
소주 3병정도? 맥주는 마시면 배가 불러 피한다. 올해는 술을 한 번도 입에 대지 않았다. 다음날 회복이 어려워 스스로 멀리하고 있다.

지난 8월 5일 왼 어깨 통증으로 1군 명단에서 말소됐다. 치료 경과가 궁금하다.
많이 나아졌다. 아팠다가도 스트레칭을 하면 괜찮아진다.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가 신경을 많이 써준다. 처음 통증을 느꼈을 때만 해도 당황스러웠다. 야구를 시작하고 어깨 통증에 시달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기 도중 불펜에서 몸을 풀다 좋지 않은 느낌을 받아 적잖게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병원에서 받은 검사에 큰 이상이 나오지 않았다. 김시진 전임감독이 갑자기 많이 던지면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 내가 생각해도 그래서 그런 것 같다.

지난해 2군에서도 많은 공을 던졌다. 13승 4패 평균자책점 3.61을 기록하며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다승왕을 차지했다.
다승왕을 욕심내진 않았다. 정명원 당시 2군 투수코치가 타이틀 하나는 챙겨야 팀 내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며 적잖게 배려해줬다. 정말 고마운 분이다. 좋은 기록을 위해 신경을 많이 써줬다. 시즌 초반에는 선발로만 마운드에 올랐는데 늦여름부터는 5회 이후 등판 기회를 자주 제공받았다.

대부분의 넥센 선수들이 정명원 코치의 지도를 무서워한다.
스파르타식이니까(웃음). 일단 시키고 보는 지도자다. 막상 그걸 소화하다 보면 짜증이 나고 하기 싫어진다. 하지만 그것은 늘 정답이다. 정 코치가 고된 훈련을 시키며 자주 꺼내는 말이 있다. ‘못할 것 같으면 시키지도 않는다. 자꾸 안하니까 못하는 거다.’ 지금은 두산의 투수들이 그 말을 듣고 있을 거다.

그 훈련 내용이 궁금하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시킨다. 2군이라도 경기를 뛰다 교체가 되면 대개 더그아웃에서 쉬지 않나. 우리 선수단은 예외였다. 강진에는 야구장 4면이 마련돼 있다. 경기 도중에도 남는 구장에서 타격 훈련이나 러닝을 소화할 수 있다. 야구만 할 수 있는 곳인데 무서운 코치까지 버티고 있으니 모든 선수들이 강진을 두려워하는 건 당연하다. 그 대상에는 투수, 야수의 구분도 없다. 가령 내야수가 수비 실책을 범하면 바로 교체돼 기본기를 다듬기 위해 옆 구장으로 넘어간다. 나도 정 코치의 지시 아래 비슷한 경험을 수차례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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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고생해 1군에 오르면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남다를 것 같다.
처음 강진에 가게 되면 어떻게든 서울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1군에 오르면 끝까지 살아남고 싶고. 그게 지난 시즌까진 마운드에서 적잖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앞서 일을 자주 그르쳤다.

지난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류현진’으로 통할 만큼 상당한 구위를 뽐냈다. 몇몇 코치들은 당신이 1군에만 오르면 자신감을 잃는다고 지적한다.
동의하긴 어렵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누구나 1군에 오르면 잘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 생각에 자주 발목을 잡힌 것 같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마운드에서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렸다. 패턴이 5년여 가량 반복되니까 나도 모르게 2군 생활에 익숙해져버리기도 했고. 솔직히 2군이 편하긴 하다.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어 부담 없이 던지게 된다.

2편에서 계속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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