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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 앞 열차 하루 450회 '쌩쌩'... 감시원 없다면 '아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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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 여부 두고 논란 중인 이문동 휘경4철도건널목 가보니

▲ 동대문구 이문동 외대역 인근 휘경4철도건널목 옆으로 폐쇄를 알리는 공고문이 붙어 있다.

▲ 동대문구 이문동 외대역 인근 휘경4철도건널목 옆으로 폐쇄를 알리는 공고문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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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15m 정도의 건널목을 사이로 상하행선 열차가 쏜살 같이 오간다. 열차가 진입한다는 경고음과 함께 안전바가 건널목 초입으로 내려온다. 열차가 지나고 안전바가 올라가자 감시원들이 주민들에게 건너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 좁은 건널목을 이용하는 주민이 하루에만 3만여 명. 감시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우리가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열차 사고 막기 어려울 거다”며 입을 모은다.

동대문구 이문동 외대역 인근 건널목이 ‘폐쇄’냐 ‘존치’냐를 두고 3년 넘게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하 철도공단)이 주민안전과 예산상의 이유로 25일 건널목 폐쇄를 공지한 가운데 지역주민들은 폐쇄로 인한 불편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관할인 동대문구 역시 주민들의 의견수렴 없는 일방적 행보라며 맞불을 놓았다. 주민들은 2009년 3월 위험성이 높은 건널목을 대신한 보도용 육교와 엘리베이터 설치에도 고령자와 자전거, 유모차 이용객들의 불편과 시간낭비의 이유를 들어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17일 논란이 되고 있는 외대역 인근 건널목은 한 눈에 보기에도 위험천만했다. 15m 남짓한 건널목을 두고 5~6분 간격으로 열차가 지났다. 건널목을 지나려고 주민들이 대기하는 곳과는 불과 2~3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달리는 열차와 주민들 사이에 있는 안전장치라곤 경고표시등과 안전바가 전부였다. 이렇게 건널목을 가로질러 운행하는 열차 횟수는 하루에만 450여회. 하루면 450회 정도 안전사고 가능성이 잠복해 있는 셈이다.

▲ 보행자들이 외대역 인근 휘경4철도건널목을 통해 길을 건너고 있다. 15m 남짓한 좁은 건널목을 하루 평균 3만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다.

▲ 보행자들이 외대역 인근 휘경4철도건널목을 통해 길을 건너고 있다. 15m 남짓한 좁은 건널목을 하루 평균 3만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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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으로 마련된 육교와 엘리베이터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건널목을 통하면 1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를 10분 가까이 들여 우회할 주민은 많지 않았다. 구청과 철도공단이 258억원의 국가예산을 투입해 신축한 시설물은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었다.

특히 노약자와 임산부, 자전거나 유모차, 리어카 이용자들에게 건널목을 놔두고 육교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라는 권유는 의미가 없었다.
그러기에 엘리베이터는 20인승이라고 적힌 소개가 무색할 정도로 자전거 한두 대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비좁았고, 육교 계단은 많았다. 심지어 육교 옆쪽으로 마련된 에스컬레이터는 양쪽 모두 상향식만 운영되고 있었지 아랫 쪽으로 향하는 건 없었다.

동대문구 이문동에 사는 김규용(61, 남) 씨는 “이거(건널목) 막아버리면 주민들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라며 “자전거나 유모차, 리어카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거 들고 육교 건너야 한다는 건데 그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청과 철도공단 측의 밀고당기기에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견해도 이어졌다. 줄곧 건널목 폐쇄에 반대해 왔다는 주민 김행조(69, 남) 씨는 “구청이나 철도공단이나 자기들 주머니에서 돈 내는 거 아니고 다 국민혈세로 하는 건데 서로 잘났다고 기싸움만 벌이고 있다”며 “없는 보도 새롭게 내달라고 안 할 테니 지역주민들 발이 되는 곳이나 막지나 말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건널목 감시원들도 향후 폐쇄를 놓고 벌어질 충돌에 우려를 표했다. 현재 이곳의 감시, 통제 업무는 9명의 근무자가 3교대 형태로 주간 10시간, 야간 14시간을 맡고 있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쉴 틈은커녕 긴장된 분위기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감시원 박동섭(58, 남) 씨는 “주민 입장에서 본다면 이 건널목은 없어선 안 되고, 근무자 입장에서 보면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 폐쇄하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 “25일 폐쇄를 앞두고 구청과 철도공단이 마지막으로 만나는 것으로 아는데 별 성과가 있겠나”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한편, 두 기관은 오는 23일 이 지역 출신 국회의원인 민주통합당 안규백 의원실에서 4차 관계자 회의를 갖고 최종 의견조율에 들어간다. 폐쇄 예정일인 25일을 앞두고 양 측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낼지 인근 주민들의 눈과 귀가 집중돼 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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