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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시장님이 갑자기 '붓' 꺼내 든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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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
취임 2년을 맞은 송영길 인천시장이 남은 임기에 대한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인천시

취임 2년을 맞은 송영길 인천시장이 남은 임기에 대한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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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同心同德'

집무실에서 만난 송영길 인천시장의 손엔 붓이 들려 있었다. 책상엔 널찍한 한지가 펼쳐졌다. 한 자 한 자 글씨를 써내려가는 품이 예사롭지 않았다. 임기 4년의 반환점을 막 돌아온 송 시장의 얼굴은 상념으로 가득 차 보였다.그럴 법도 했다. '벽을 문으로'란 슬로건을 내걸고 시장 집무실의 주인이 된 지 2년, 송 시장이 마주한 인천의 현실은 여전히 엄중하다.
시민들에게 '아이낳기 좋은 인천'을 약속했지만 당장 오는 9월이면 선거공약이었던 0~2세 영아 보육료 지원예산이 바닥날 형편이다. 딱 2년 앞으로 다가온 '2014 인천아시안게임'은 개최 자체를 고심해야할 만큼 재원부족이 심각하다. 중앙정부가 예산지원을 '외면'하면서 일어난 일들이다. 인천시 재정난이 지방선거 시기 '무기'였다면 이젠 송 시장의 '멍에'가 됐다.

송 시장은 "지난 2년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무엇을 할 것이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냐'를 고민해온 시간이었다. 하루하루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었다"고 운을 뗐다. 막대한 부채는 물론 높은 실업률, 수도권이라고 보기 힘든 복지수준 등 현안을 풀기 위해 그야말로 숨가쁘게 달려온 2년이었다고 했다.

송 시장은 "시장에 취임한 뒤 사상 처음으로 시 예산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어디에서 얼마의 예산을 줄여하 하는지, 빚은 언제까지 어떻게 해야 갚을 수 있을지를 고심하다 보면 아득해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송 시장은 최근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를 만난 얘기를 꺼냈다. 지난 4일엔 아침 민주당 시ㆍ도지사 정책협의회에서, 5일 저녁엔 공식 석상이 아닌 곳에서였다. 송 시장은 "인천이 현재 겪는 어려움의 주된 원인은 중앙정부와의 관계에서 시작됐다. 무상보육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정부가 사전 협의도 없이 갑자기 당초 소득하위 70%였던 대상을 100%로 늘려놨다. 중앙당 차원에서 인천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라고 간곡히 도움을 호소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바람은 이뤄졌다. 이해찬 대표를 필두로 당 최고위원들이 오는 18일 인천에서 최고위 회의를 열기로 한 것이다. 지난 2010년 송 시장 취임 후 당 최고위 회의가 인천에서 열리긴 이번이 처음이다. 회의 장소도 상징적이다. 재원부족으로 차질이 큰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 현장 사무소다. 인천 입장에선 인천이 처한 재정상황을 국가적 이슈로 부각시킬 만한 절호의 기회다.

민주당은 인천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취약한 재정문제를 이번 대선의 주요 이슈로까지 검토하고 있다. 송 시장은 "지자체의 재정난은 인천 만의 일이 아니다. 중앙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으로는 지방자치의 성숙을 기대하기 어렵다. 당 지도부에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한 이유다. 재정문제는 전국적인 이슈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송 시장은 남북협력을 인천의 핵심의제로 재차 강조했다. 사실 남북문제와 관련된 송 시장의 행보에 대한 평가는 지난 2년 동안 뚜렷하게 나뉘어왔다.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도 평화협력의 불씨를 살리는데 공이 크다는 '긍정'과, 지자체 장으로서 벅찬 과제를 떠안았다는 '부정'이 교차했다. 송 시장은 "남북한 평화협력이란 큰 그림이 없었다면 애초에 '경제수도 인천'이란 전망 자체가 성립할 수 없었다. 국가적 의제를 무리하게 떠안은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송 시장은 드물게 전쟁을 경험한 시장이다. 2010년 시장에 취임한 지 넉 달 만에 연평도 피격사건이 터졌다. 그가 남북문제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11월 시 예산 5억원이 투자된 중국 단둥시 '아리스포츠' 축구화 공장은 송 시장의 집념이 나은 결과물이다. 이 공장엔 북한에서 23명의 근로자가 파견됐다.

송 시장은 "내가 시장을 하느냐 마느냐와 상관없이 인천의 미래비전은 오래 전부터 그렇게 설정돼 있었다.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남북한 경제협력을 추진한다면 그 시발점이 어디겠는가. 인천이다. 남북 평화협력 사업은 남은 2년 동안 변함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 시장은 남은 임기 2년 '경제수도 인천'이란 각오를 재확인했다. 그 시작은 아시안게임 성공개최라고 강조했다.

송 시장은 "정부가 확실한 재정지원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대회를 반납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아시안게임은 양보할 수 없는 약속이다. 대회를 포기하려 했다면 애써 시설비 6400억원을 줄이지도 않았다. 반드시 성공개최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송 시장은 '소통'에서 희망을 찾겠다고 했다. 송 시장은 취임 이후 줄곧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자택이 있는 임학동에서 인천지하철 1호선을 타고 시청으로 출근한다. 옆 집 아저씨 같은 소박한 이미지는 송 시장이 내세우는 최대 강점이다. 시민과 쉽게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장소로 인천에 지하철 만한 곳도 없다는 게 송 시장의 얘기다.

송 시장은 "가끔은 지칠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 시민들을 만나면 거짓말처럼 에너지가 충전된다. 지하철을 탈 때마다 시장이 찾는 해답은 결국 시민들에게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는 '지론'을 폈다. 1호선 인천시청역을 나온 송 시장이 향하는 곳은 '김밥천국'이다. 지하철 출근길엔 늘 김밥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소통의 또 다른 통로는 시정일기다. 송 시장은 국회의원 시절 10년 간 꼬박꼬박 의정일기를 쓰면서 유명세를 탔다. 뒤를 이은 게 시정일기다. 인천시 홈페이지에는 거의 매일 연재돼온 송 시장의 '속 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송 시장은 "일기 만큼 자신을 솔직히 드러낼 수 있는 글은 없다. 시정일기는 나 자신을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며 거꾸로 시민들을 더 잘 볼 수 있는 창이기도 하다. 앞으로 더 많은 진솔한 이야기들을 담아낼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송 시장은 시민들의 도움을 호소했다. 송 시장은 "지난 달 인천 각계의 단체 160곳이 한 데 뭉쳐 '인천 재정위기 비상대책 범시민협의회'를 꾸리는 과정을 보고 정말 많은 걸 깨달았다. 결국 시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공감을 얻어내느냐가 시장으로서 나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더 다가가고 더 귀 기울이는 행정을 펴겠다"며 각오를 내비쳤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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