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광화문역 부근 한글학회 건물에서 만난 이대로(65) 한말글문화협회 대표는 요즘 19대 국회 개원에 맞춰 한글날 공휴일 추진을 진행하느라 여의도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글이 올바르게 쓰이고, 한글의 위상이 제대로 섰다면 공휴일 추진은 안 해도 됐다”며 “영어 조기교육, 영어 공용화 주장에 요즘 중국어 배우는 것도 필수로 떠올랐다. 그런데 한글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며 한글날 공휴일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한자를 혼용하는 언론의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한글에 대한 그의 소신은 거침 없었다. 소신을 말할 땐 눈빛이 빛나고 자부심이 넘쳤다. 머리는 희끗희끗했지만 한글의 역사와 우수성에 대해 말할 땐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즐겁게 얘기를 풀었다.
그가 펼친 한글날 공휴일 추진은 경제단체의 반대에 부딪쳤다. 공휴일이 하루 더 늘어나면 경제활동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었다. 행안부의 반응도 시큰둥했다. 재계와 입장이 비슷했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경제단체의 압력도 있고, 눈치 보느라 제대로 나서지 못 한다”며 씁쓸해 했다.
이 대표는 “경제단체는 하루 일을 더 하면 나라 경제에 이로울 것이라고 단순히 생각한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글의 위상이 살면 기업 활동에도 이롭다. 한글을 돈벌이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알고 보면 요즘 한국 노래와 드라마 같은 한류가 인기를 얻는 것도 한글 덕분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앞으로 한글을 이용한 음성인식 컴퓨터, 자동통역 기기 등이 발달되고 한글과 과학, 통신기기와 만나면 한글이 충분히 기업의 이익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한 한글이 제대로 쓰여져야만 문화콘텐츠는 물론 한류를 키워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한글이 통신과 과학 기술과 만나면 지식산업을 키우면 기업에도 이익이 다”며 “네이버나 다음도 세계적인 포털 사이트가 될 수 있다. 한글을 외국에 보다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글날 공휴일 제정이 국민의 뜻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실제 지난 5월 문화체육 관광부가 시행한 시민 여론조사에서 한글날이 공휴일로 지정돼야 한다는 데에 83.6%가 찬성했다.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을 보며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한글의 중요성을 확산시켜 주고, 국민들을 하나로 결집시키기 위해서라도 공휴일 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한글을 국가와 기업의 발전에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1990년 경제 성장을 이유로 한글날이 기념일로 격이 떨어지면서 공휴일에서 빠지게 됐다. 이 대표는 이 당시에도 적극적으로 반대 투쟁을 벌이며 한글날 국경일 제정 운동에 앞섰다. 그 결과 15년 만인 2005년 한글날이 국경일로 승격됐지만, 공휴일 자격은 얻지 못했다.
이 대표는 한글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2007년에 한글 보급을 위해 중국에 갔을 때 중국어 박물관, 언어 박물관 등을 보고 놀랐다. 그래서 중국에 간 지 2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또다시 한글 운동을 시작했다.
“소명감 때문에 이 일을 한다”고 말하는 그는 지갑 안에 세종대왕의 사진을 넣고 다녔다. 1967년 국어운동 대학생회를 창립하면서 한글운동에 발을 내딛은 그는 현재 서울시와 공조해 ‘한글 마루지’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 안에 신문로에 있는 주시경 선생의 생가와 한글학회 건물을 중심으로 한글문화거리를 조성하고 조선어학회 순국선열 기념탑을 지을 계획이다.
김보경 기자 bkly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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