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전력대란 재계가 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노타이 차림의 여름철 쿨비즈니스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주력사업으로 에너지를 영위하는 만큼 몸소 에너지 절감을 실천하며 임직원들에게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다. 최 회장은 또 서린동 사옥 실내온도를 27~28도도 가량으로 유지할 것을 당부하는 한편 주요 계열사에도 스마트조명시스템과 빙축열 냉방시스템을 설치, 냉방비 절약에 앞장 설 것을 주문했다.
전경련은 31일 석유와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백화점 등 23개 업종단체와 함께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하계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한 산업계 절전 선언식'을 갖고 하절기 전기 절약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에 앞서 대한상공회의소도 전일 14만 회원기업을 대상으로 △피크타임대를 피한 전력 사용 △자가발전기의 적극 활용 △조업시간 분산 등의 '50대 절전 행동요령'을 제시했다.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 후 전력대란을 겪은 일본이 '전력절감 자주행동계획'을 세워 사용량을 20% 줄인 것 처럼 국내 산업계도 올해 앞장서서 전력사용량을 줄이겠다는 의도에서다.
삼성그룹 임직원도 6월1일부터 재킷을 벗고 티셔츠 복장으로 출근한다. 삼성 임직원들이 재킷을 벗고 출근 하는 것은 그룹 역사상 처음이다. 부채와 시원한 방석같은 냉방 보조 용품도 일괄 지급된다. 또 삼성은 6∼8월 생산현장에서 5%, 사무실에서 10%, 직원들의 가정에서는 15%를 절전하자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절전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임직원 가정이 월간 전력사용을 10% 이상 줄이면 문화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도 벌인다.
대한항공 은 내달 1일부터 8월 31일까지 3개월 간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는 '노 타이' 근무를 실시한다. '노 타이' 근무 대상은 국내 및 해외지역 남자 직원이며, 운항승무원, 객실승무원, 접객 서비스 직원 등 제복을 착용하는 현장 남자 직원들은 제외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넥타이를 매지 않을 경우 체감 온도가 2℃ 정도 내려간다는 점에서 여름 기간 동안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더운 여름철 회사 분위기 또한 즐겁고 활기차게 변하는 등 업무 효율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전력대란을 예방하기 위해 은행권도 지난해 보다 일찍 반팔 티셔츠 근무복으로 갈아 입었다.
우리은행은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고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동참하고자 예년 6월 중순부터 착용하던 반팔 하계근무복을 한달여 앞당긴 지난 16일부터 착용했다. 예년보다 높은 기온 탓에 전력 수요는 급증하지만 공급은 줄어든 상황에서, 절전을 생활화하기 위해 반팔 하계근무복 착용을 앞당겼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최근 더운 날씨로 전력 사용량이 가파르게 증가함에 따라 냉방용 전기 사용을 줄이기 위해 지난 14일부터 하계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특히 신한은행은 절약 차원에서 지난해의 하계 근무복을 올해 다시 꺼내 입었다.
이밖에 LG전자 포스코 한국타이어 등도 쿨비즈니스 복장을 권고하는 한편 개별 기업의 사업장 내 자체 발전시설의 가동을 적극 독려하고 휴가기간과 조업시간 조정을 통해 전력부하가 분산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하계 전력 예비율이 낮아 다시 전력대란의 우려가 일어나고 있지만 국민 모두가 힘을 합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며 "산업계 전체가 일본 수준의 고강도 절전 캠페인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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