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부회장은 있는데 회장은 없다."
회장을 공석으로 두고 부회장 직함에 만족하는 '겸손한' 제약회사 부회장들이 화제다. 젊은 나이에 회장 직함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동업자 정신이 강해 업체간 교류가 많고 '위계질서'를 철저히 따지는 제약업계의 독특한 분위기도 반영됐다.
'겸손'을 이유로 회장 승진을 마다하는 대표적 인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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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윤성태 부회장(48)이다. 1997년 부친 고 윤명용 회장이 갑자기 별세해, 당시 기획이사이던 윤 부회장은 33세 나이에 경영을 떠맡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환위기가 왔고 공장에선 불이 났다. 윤 부회장은 부친이 지은 사명 '광명약품'을 휴온스로 바꾸고 독자브랜드를 내세워 수출길을 뚫었다. '회생이 힘들다'는 주변의 시선을 보기 좋게 물리치며 휴온스를 건실한 중견제약사로 키워냈다.
그 사이 윤 부회장은 사장을 거쳐 부회장까지 승진했지만 끝내 '회장' 직함은 마다했다. 타 제약사 회장들이 선친과 비슷한 세대로 절친한 사이가 많아,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직함을 고집하는 것이다.
권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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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장(45)도 같은 사례다. 부친 고 권동일 회장이 2001년 별세하면서 당시 전무로 근무하던 권 부회장은 34세부터 회사 경영을 책임져왔다. 권 부회장은 2010년 들어서야 비로소 부회장에 취임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아직 40대 중반 나이라 부회장 직함에도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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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장(49)은 부친으로부터 경영 전권을 물려받고도 부회장에 머무르고 있는 경우다. 부친 이종호 회장은 사회사업 등에 집중하며 회사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윤재훈ㆍ재승 형제 부회장이 공동경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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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비슷하다. 부친 윤영환 회장이 회사 큰 일에는 관여하지만 사실상 2세로의 가업승계가 마무리 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는 협회 회의나 친목모임 등 CEO들이 모이는 자리가 매우 잦은데 젊은 경영인 입장에선 아버지뻘 회장님들과 마주치는 게 아무래도 불편한 일일 것"이라며 "최소한 50대는 돼야 '회장' 직함을 다는 게 자연스럽지 않냐는 정서도 있다"고 말했다.
김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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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은 이런 관례를 깬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09년 회장에 승진했다. 하지만 아버지 김승호 회장이 '보령제약그룹회장'으로 건재해 사실상 타 회사의 부회장과 같은 위치다. 보령제약 사내에선 김은선 회장을 김승호 회장과 구분해 '제약회장'으로 낮춰 부른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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