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 만에 제자리 찾은 '노동절'…'소년공' 출신 李대통령, 양대 노총과 한 자리
'다시 노동절, 일하는 모든 사람이 빛나는 대한민국' 주제
李대통령 "노동자 미래 없는 성장, 진짜 성장 아냐"…경영계·노동계 대화 노력 당부
양대 노총, 양극화 해소·노동 기본권 보장 촉구
손경식 "노사가 재도약 동반자 돼야"
63년 만에 제 이름을 되찾은 노동절 기념식은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한자리에 모인 상생의 무대로 꾸려졌다. 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 노동절 기념식에는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노총·민주노총 지도부, 노동계 원로, 경영계 대표, 정부 관계자, 플랫폼·프리랜서·이주·장애인 노동자 등 14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기념식은 1963년 이후 63년 만에 '근로자의 날'이 '노동절'이라는 이름을 되찾고, 처음으로 법정 공휴일로 맞이한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한국의 노동절은 광복 이후 5월 1일에 기념돼 왔으나 1958년 대한노동조합총연맹 창립일인 3월 10일로 변경됐다. 1963년 4월 17일 노동법 개정 과정에서는 명칭마저 '근로자의 날'로 바뀌었다. 이후 1994년 법 개정으로 날짜는 다시 5월 1일로 돌아왔지만, 명칭은 '근로자의 날'로 남아 있었다. 올해 노동절 명칭이 복원되고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노동계의 오랜 바람이 이뤄졌다.
행사 주제는 '다시 노동절, 일하는 모든 사람이 빛나는 대한민국'이었다. 행사장은 생명을 상징하는 에메랄드 그린 계열 색상을 활용해 노동의 생명력을 표현했다. 이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흰색·하늘색 사선 무늬 넥타이를 착용하고 왼쪽 옷깃에는 태극기 배지를 달았다. 행사장 색상과 톤을 맞춘 복식으로, 63년 만에 제 이름을 되찾은 노동절의 의미와 노동 존중 메시지를 담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강훈식 비서실장,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영빈관에 입장한 이 대통령은 웃으며 1열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한 뒤 자리에 앉았다. 1열에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지형 경제사회노동위원장,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 김영훈 장관 등이 함께 자리했다.
첫 축사에 나선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동절 명칭 회복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은 노동절이 본래의 이름을 되찾고 법정 공휴일로 자리매김한 뜻깊은 날"이라며 "마침내 이재명 정부에서 제 자리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을 하면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노동이 자아를 실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한국노총이 앞장서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절이 제 이름을 잃었던 과정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이승만 정권은 반공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노동절을 한국노총의 전신인 대한노총 결성일로 바꾸었고, 박정희 정권은 이름마저 근로자의 날로 바꾸었다"며 "이후에도 한국노총은 근로자의 날이라는 명칭을 노동절로 바로잡기 위해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절 회복의 의미를 언급하면서 현장의 현실을 짚었다. 양 위원장은 "노동절이 이름을 되찾기까지 63년이 걸렸다"며 "노동에 대한 존중은 더딘 것이 아닌가 하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들에게 노동 기본권을 법과 제도로 보장해야 한다"며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에게 노동자라는 자격과 이름을 온전히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양 위원장은 산업 전환과 불평등 문제도 거론했다. 양 위원장은 "국제질서의 변화와 AI의 도입에 따라 거대한 전환에 직면해 있다"며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은 모든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을 보장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양 위원장의 발언 중에도 여러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경영계 대표로 축사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노동과 기업의 협력을 강조했다. 손 회장은 "올해는 노동절이 63년 만에 이름을 다시 찾은 의미 있는 해"라며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근로자 여러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사가 함께 힘을 모으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며 "경영계는 혁신과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어 노동계에는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발맞춰 생산성 향상에 동참하고 협력적 노사문화 정착에 힘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어진 '노동의 목소리' 낭독에는 노동조합, 청년, 여성, 중장년, 프리랜서, 이주 노동자, 장애인 노동자 대표가 참여했다. 이들은 "모든 일하는 사람의 노동 기본권이 보장되고 디지털 전환과 기후 위기라는 도전 앞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연대의 울타리를 넓혀가겠다"고 했다. 또 "국적이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도 노동의 가치 앞에서 우리 모두는 동등한 노동자"라며 "대립과 갈등을 넘어 대화와 상생, 협력의 길을 같이 걸어가겠다"고 낭독했다.
낭독자들은 이후 무대 뒤 화면에 손바닥을 올리는 터치스크린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화면에는 '존중', '숙련', '공정', '안전', '평등', '혁신', '포용'이라는 문구가 차례로 떠올랐다. 이어 '함께 만드는 노동 존중 사회, 노동과 함께하는 진짜 성장'이라는 문구가 표시되자 참석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李대통령 "노동자의 미래가 없는 성장은 진짜 성장이라고 할 수 없어"
이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국민 대다수인 노동자의 미래가 없는 성장은 진짜 성장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일터의 안전만큼은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노동자가 죽음을 무릅쓰지 않아도 되는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다"며 "고용형태와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권리의 크기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입장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언제나 생각이 똑같을 수는 없다. 차이를 이유로 등을 돌리거나 적대해서는 안 된다"며 경영계와 노동계의 대화 노력도 촉구했다. 이어 "노동이 빠진 성장은 반쪽에 불과하다"며 "노동과 기업이 함께 가는 상생의 길을 열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인간 노동을 대부분 대체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면서도 "생산성 향상만을 위해 노동자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 대다수인 노동자의 미래가 없는 성장은 진짜 성장이라고 할 수 없다"며 "피할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이라 하더라도 상생의 길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 모두의 지속가능한 내일을 위한 길"이라고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소년공 시절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저는 소년 노동자였고, 지금도 그 이름이 자랑스럽다"며 "'근로자의 날'이 아니라 '노동절'이라는 제 이름을 찾은 오늘이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어 "친노동은 반기업, 친기업은 반노동이라는 낡은 이분법을 깰 때 우리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며 "노동과 기업, 공정과 혁신,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하는 진짜 성장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기념사 뒤에는 정부 포상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이유범 지승ENG 품질관리부장에게 금탑산업훈장을, 강석윤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에게 은탑산업훈장을, 염정열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에게 철탑산업훈장을 수여했다. 수상자와 인사를 나눈 이 대통령은 정장과 부장을 직접 수여한 뒤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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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서로는 노동계 합창단 '봄날'의 축하공연이 진행됐다. '다시 피어나는 노동의 봄'을 주제로 한 공연에서 합창단은 '불나비', '목숨은 지켜야 한다', '다시 만난 세계'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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