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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해영의 좋은시선]'들꽃' 박종윤, 11년 만에 피어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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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해영의 좋은시선]'들꽃' 박종윤, 11년 만에 피어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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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야구 전문가들이 시즌 전 롯데 타선을 걱정했다. 우려의 시선은 하나로 모아졌다. 간판 이대호가 빠져나간 4번 타자 공백이다. 이대호가 그간 남긴 발자취는 참으로 대단했다. 2006년 트리플크라운(타율, 홈런, 타점), 2010년 타격 7관왕(타율, 안타, 홈런, 타점, 득점, 출루율, 장타율) 등 매년 타이틀과 골든글러브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2010년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세계 신기록도 작성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목에 건 금메달은 덤.

롯데는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이대호를 일본 오릭스에 내주고 말았다. 구단은 이후 따로 공백을 메우지 않았다.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체결한 건 투수인 정대현과 이승호였다. 타자 보강은 전무했다. 믿는 카드가 있었던 건 아니다. 기존 타자들의 성장을 애타게 기다리는데 더 가까워 보였다.
간절한 바람은 시즌 초반 이뤄졌다. 주인공은 2001년 롯데가 2차 33순위로 영입한 박종윤. 26일 현재 선두(8승1무3패)를 달리는 롯데 돌풍의 선봉장이다. 최근 활약은 롯데의 간판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12경기에서 타율 4할(45타수18안타) 1홈런 7타점 8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머니볼’에서 데이비드 저스티스, 스캇 해티버그 등이 연상될 정도의 성적이다. 영화 속 선수들은 비싼 몸값을 자랑하지 않지만 준수한 출루율, 팀 배팅 등으로 제이슨 지암비, 쟈니 데이먼 등 스타들이 빠져나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20연승을 견인한다. 박종윤의 올해 연봉은 7500만 원이다.

박종윤은 울산 제일중 3학년 때 야구계에 입문해 포철공고를 거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당시 포지션은 투수였다. 투구 폼이 부드럽지 않다는 지적에 뒤늦게 배트를 잡았다. 여기에는 우용득 감독의 설득도 한몫했다. 왼손 타자에 큰 키를 갖춘 박종윤이 타자로서 더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주전 기회는 생각보다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이대호가 일찌감치 1루수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결국 박종윤은 변변한 기회 한 번 가져보지 못하고 11년 동안 2군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1군 명단에 이름을 올려도 중계카메라에 잠시 얼굴을 비추는 정도에 그쳤다. 주어진 임무는 거의 대타 혹은 대수비였다. 통산 111경기에서 149타수밖에 갖지 못한 주된 이유다.

박종윤에게 이대호의 일본리그 진출은 야구인생 최대 기회나 다름없었다. 그래서일까. 전지훈련에서 올 시즌을 바라보는 눈빛은 무척이나 매서웠다.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은 시즌 초반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타격이다. 크로스에 가까웠던 타격 스탠스를 오픈으로 바꾸면서 안정감이 더해졌다. 서두르는 법도 없다. 한 타석에서 승부를 걸어야 했던 대타가 아니다보니 전체적인 타격에 여유가 생겼다. 이전부터 안정감을 자랑한 수비능력이 더 해지며 공수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글쓴이는 최근 활약을 반짝 선전으로 보지 않는다. 박종윤은 11년 동안 2군에서 피땀을 흘렸다. 뼈아픈 경험은 올 시즌 그를 더욱 채찍질할 것이다. 선배로서 항상 뒤에서 묵묵히 노력하던 후배의 노력이 빛을 보는 것 같아 대견하다. 아직도 인터뷰 요청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순수한 박종윤. 그의 변함없는 활약에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마해영 XTM 해설위원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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